이 책은 화를 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림책이다. 그리고 형제, 자매, 남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림책이기도 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렸을 적 동생과 싸우면 “누나니까 네가 양보해야지, 누나니까 참아라”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그렇게 미웠다. 그리고 살면서 정말 정말 화났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언제 이렇게 화가 났었지?’, ‘나는 그 주체하지 못할 화를 어떻게 다스렸었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소피가 고릴라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언니가 다가와 “이제 내가 가지고 놀 시간”이라며 고릴라 인형을 빼앗아 갔다. 더 가지고 놀고 싶었던 소피는 아니라고 하며 언니랑 실랑이가 있었다. 이때 엄마는 “이제 언니가 고릴라 인형을 가지고 놀 시간”이라고 정리를 해주었다. 언니는 막무가내로 소피가 가지고 있던 고릴라 인형을 빼앗아갔고 소피는 트럭 장난감 위에 엎어졌다. 소피는 정말 정말 화가 났다.
화가 난 소피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달렸다. 달리고 달렸다. 주저앉을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잠시 울었다. 주변을 살폈다. 나무 위로 올라가 산들바람과 일렁이는 물결을 느꼈다. 소피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기분이 나아진 소피는 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에 도착한 소피를 온 가족이 맞아주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는 소피와 소피의 가족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정말 정말 화가 났을 때를 떠올려봤다. 첫 직장에 다닐 때 일이었는데 나의 사수가 정말 되지도 않는 일을 하라고 했었다. 신입이었던지라 선배의 말이라면 ”네네 “라고 해야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내 말은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말이 무조건 옳다는 그의 생각에도 화가 났었다. 그 자리에선 화내지 않았다. 참았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너무 화가 났다. 화를 꾹꾹 눌렀다. 집에 도착하고 내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방문을 쾅 닫고 소피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ㄱ.” 놀란 엄마가 그때 방문을 열고 걱정스럽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울었었다. 한참 뒤 진정이 됐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었다.
이때 처음 알았다. 우는 게 창피하고,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거의 울지 않았었다. 웬만한 일은 꾹꾹 눌러 담았었다. 그러나 때로는 시원하게 한번 울고 나면 속이 풀릴 수도 있구나, 분노를 가라앉히는데 우는 시간도 필요하구나, 혼자 생각하고 진정하는 시간이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이 책의 소피를 보니 화가 났을 때의 나와 그 화를 극복했을 때 생각이 나 단순하고 간결했지만 감명 깊게 봤었다. 글밥은 많지 않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과 그림에 많은 걸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