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로 즐긴 오슬로 시내투어
“엄마, 오늘은 내가 엄마의 일일 여행 가이드야”
“잘 부탁해 딸”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비교해봤을 때 오슬로의 거리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정겨웠고, 익숙함에 나는 동네를 산책하듯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걷다 보니 기억 속에 있던 장소들이 하나 둘 나를 반겼다. 엄마를 가장 먼저 데려갔던 곳은 오슬로의 최대 번화가로 알려진 칼 요한슨 거리였다. 칼 요한슨 거리로 가는 길에 노르웨이만의 여름을 즐기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북유럽의 여름철에 나타나는 백야 현상 때문에 저녁까지 지칠 줄 모르고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그들을 보며 우리 모녀도 덩달아 흥겨운 에너지를 얻었다.
거리를 걸으며 유럽은 처음인 엄마에게 넌지시 이곳에 온 소감을 물었다. 엄마는 장시간의 비행과 7시간의 시차로 인해 조금은 피곤해 보였다. 엄마는 낯선 풍경에 얼떨떨해했지만, 나도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 좋았었기에, 엄마도 점차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출출했던 우리 모녀는 칼 요한슨 거리를 따라 쭉 걸으며,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오슬로에 도착했던 첫날은 주말 저녁이면서 황금시간대였기에 식당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북유럽의 엄청난 물가가 보여주듯 지나가면서 봤던 메뉴의 가격은 다 고가였고, 이렇게 따지다 보니 저녁 한 끼를 먹을만한 식당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여행에 왔을 때는 과감하게 소비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엄마와 함께 오니 더 조심스러웠다. 쓸 땐 쓸 줄 알아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하고 망설이던 와중에 발견했던 어느 한 레스토랑의 빈자리. 늦여름을 야외 테라스의 자리에서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보여주듯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 자리는 꽉 차있었고, 실내 자리는 빈자리가 조금 남아있었다. 우리는 바깥에서 먹고 싶었지만 급격하게 찾아온 배고픔에 하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메뉴판을 한번 훑어본 뒤 주문하기에 가장 무난했던 피자를 주문했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엄마를 배려해 음료는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엄청난 배고픔에 우리 모녀는 피자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흡입을 했었다. 엄마는 목도 마르셨었는지 레모네이드도 나오자마자 쭉 들이키셨었다. 레모네이드를 마시고는 시원하고, 상큼하다며 나에게도 조금 권하셨었다. 음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사코 사양하며 우리 모녀는 마르게리따 피자 한판을 다 해치웠다. 역시 피자는 외국에서 먹는 게 더 맛있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레스토랑을 빠져나오면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노르웨이에서의 첫 저녁인데 어땠어?”
“배고파서 그랬는지 맛있게 잘 먹었어. 생각 없이 배를 채운 것 같아.”
시장이 반찬이었다. 나는 마치 오슬로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고,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지지 않던 해를 보며 마냥 신났던 탓에 조금 더 바깥 구경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는 10시간이 넘었던 고된 비행과 낯선 환경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이 여행은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기에 많이 피곤하셨을 엄마를 보며 더 이상 이기적으로 행동할 순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엄마에게 내가 여행 가이드처럼 이곳에 대해 알고, 경험했던 걸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에 심신이 지쳐있는 엄마를 배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잠시 반성을 했었다. 엄마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고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내 마음이 실은 내가 더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되돌아보았다. 앞으로 남은 일정들에서는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