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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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떠나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로 간다. 부다페스트에서 자그레브까지는 기차로 약 6시간이 걸린다.
부다페스트 역에서 자그레브까지 기차표를 미리 예매를 했는데 기차에 타서 보니 열차 좌석이 없다. 사람이 많아 좌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차의 좌석번호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을까가? 차장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못 찾고 그냥 아무 데나 앉아 가라고 한다.
미리 예약을 안 해도 되는 열차였는데 혹시나 해서 예약비를 내고 좌석 예약을 했는데 좌석이 없다니... 좌석이 없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이 좌석 표를 보이면 일어나야 된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런 불상사는 없었지만 믿을 수가 없다.
프라하와 빈, 부다페스트를 지나면서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을 보았다면 여기 크로아티아는 역사 깊은 자그레브와 아름다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자연의 모습을 보러 간다.
유레일패스를 끊어 다니는데 유레일패스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가 몇 나라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폴란드이고 또 세르비아이다. 터키는 유레일패스가 되는데 거기는 기차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꽃 누나들의 방문지 크로아티아로 오게 된 것이다.
기차에서 내리니 깜깜한 밤이다. 숙소는 기차에서 내려 1.5킬로미터로 걸어서 약 20분 거리라 했는데 밤이고 또 아는 길이 아니라 택시를 타기로 한다.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며 얼마냐 물어보니 10유로라 한다.
알았다 하고 택시를 탔는데 한참을 간다. 걸어서 20분 거리라 했는데 택시로 20분이 걸리는 기분이다.
아마 걸어서 가는 길과 차가 가는 길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차는 일방통행이 많아 돌아가는 것이라 멀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날 다시 기차역에 나오고 또 버스표 예매를 위해 시내를 다닐 때는 걸어서만 다니고 숙소에서 나와 다시 기차를 탈 때도 배낭을 메고 기차역으로 왔으니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숙소는 자그레브 대성당 인근의 카페의 거리에 있는 호스텔 2인실이다. 아래층은 카페이고 2층 3층은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카페의 거리는 정말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맥주와 음료를 즐기고 음악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고 또 내일 갈 플로체 비체 국립공원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려 했으나 예매는 안 되고 아침 일찍 와서 표를 사라고 한다. 예매가 안 될 일이 없을 텐데 생각하며 할 수 없이 돌아 나오며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새벽 5시 40분 버스가 첫차라 했다.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첫 버스를 타고 플로체 비체 국립공원을 간다. 자그레브에서 플로체 비체 국립공원까지의 거리는 약 140킬로미터로 버스로 약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는데 가는 길에 독일에서 공부한다는 한국의 여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자그레브와 플로체 비체의 중간지점의 민박집에서 묵었다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 학생은 사전에 여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와서 여기저기 아는 것이 많았고 준비도 많이 해 온 것 같았다.
그 여학생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특히 돌아오는 버스표도 알아봐 주고 점심식사 시간에는 식당에서도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젊은이나 학생들을 만나 여행을 하다 보면 대개는 그들을 따라다니는 편이다. 나는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이고 다른 여행객들은 그래도 많은 연구를 하고 왔을 거란 생각에서 이기도 하고 내가 공연히 아는 체하다 보면 늙은이의 잔소리로 비칠까 보아 그들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플로체 비체는 물과 폭포가 아름다운 공원이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통제되는 구간이 많아 입장요금이 반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돌아다닐 수 있는 구간이 짧았다. 위험한 구간은 통제를 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지 않은 구간도 걸어가려면 길이 물에 잠긴 곳이 많아 신발을 벗고 가야 되기 때문에 별도로 샌들이나 다른 신발을 준비하지 않으면 길에 잔 자갈을 깔아 놓아 발이 아프고 물에 빠진 발이 너무 시려서 고통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한나절을 한국의 여학생과 공원을 돌아보고 헤어져 우리는 다시 자그레브로 돌아와 다음 여정을 생각해 본다.
동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니 동유럽의 매력에 빠진다. 경제가 어려우니 흑인이나 아랍계 사람들 등 제3 국의 사람들이 많이 없어 조금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고 서유럽이나 북유럽보다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여 가능하면 동유럽에 많이 머물다가 서유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어서 그렇게 계획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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