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프라하를 지나고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거쳐 이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온다.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기차로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기차를 타고 시골을 달려 다시 새로운 나라의 도시를 찾아가는 것만큼 설레는 것도 없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은 구 소련의 영향을 받게 되어 발전이 많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제3 국의 사람들이 많이 없어 여행객들에게는 조금 안전하고 여행경비도 서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좋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시내의 호스텔이다. 지난번 비엔나에서는 6인실이었지만 여기는 2인실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도시에 들어가면 숙소를 찾기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분명히 지도상으로는 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간판도 보이지 않고 할 수 없어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 먹고 무거운 배낭과 집사람은 식당에 남겨 놓고 다시 숙소를 찾아본다. 물어 물어 찾아보니 식당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 숙소는 옛날식 아파트와 비슷한 것인데 호스텔로 이용하는 것 같다.
여행을 하다 숙소를 구할 때 처음 가는 곳에서는 호스텔을 이용하면 편리할 때가 많다. 호스텔에는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 주방도 잘 갖춰진 곳이 많고 젊은이 취향에 맞는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같이 시내도 같이 돌아다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옛날의 도시를 가보면 도심의 아파트나 건물은 호텔이나 호스텔, 그리고 식당 등으로 이용하거나 오피스텔처럼 이용하고 현지인들은 거기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날씨가 우중충하다. 꼭 사흘을 굶긴 시어미 얼굴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빗방울도 뿌리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그냥 시내를 스마트 폰의 어플을 보고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위치를 보고 아 여기가 거기구나 하며 돌아다닌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와인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축제에 참가하고 싶어서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왕궁을 들어가는데 길을 잘못 찾아 헤매고 있는데 왕궁 입구를 막고 축제를 한다고 하며 들어가려면 참가비를 내고 와인잔도 하나 사야 된단다.
실은 왕궁을 보러 갔다가 와인 축제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축제가 무르익지도 않고 날씨도 추워 왕궁을 둘러보다 서너 군데의 와인 부스를 방문하여 석 잔의 와인을 시음하였는데 술 취하면 안 된다고 자꾸 내려가자 성화여서 그냥 내려오는데 한국 여학생들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와인 잔과 집사람의 손목 태그를 빼서 주었다.
와인 축제에 참여하면 손목에 태그를 차고 와인 잔을 사야 와인 부스를 돌아다니며 시음을 할 수 있다. 손목 태그와 와인잔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15,000원 정도였었던 것 같다. 시음은 별도로 한잔에 우리 돈 3천에서 5천 원 정도 하며 현지에서 길거리 음식도 사서 먹을 수 있다.
이틀간의 부다페스트 관광을 하다 시내만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어차피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으니 무작정 기차를 타고 조금은 시골 마을을 한번 가보고 싶어 역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에 스마트 폰 어플로 기차역과 시간은 확인하고.
유레일 앱을 검색하니 우리가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쇼프론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쇼프론까지는 기차로 약 3시간 20분 거리에 있으며 비엔나 보다 거리는 조금 가깝지만 시간은 더 걸린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 도시로 비엔나가 훨씬 가까운 도시이다.
우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차로 출발하여 유럽여행을 계속 기차로 하였고 이후 미국에서도 암트랙 패스를 끊어 계속 기차 여행을 하였는데 이곳을 통과할 때 기차에 큰 사고가 나서 기차가 멈춰 서 버렸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헬리콥터가 내리고 무언가 싣고 떠나는 것 같고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는데 이 기차는 못 간다고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기차에 사람이 치여 사고 수습을 위해 이 기차는 못 가고 다음에 오는 기차를 타고 가야 된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내려 기차를 갈아타는 대 혼잡이 벌어졌는데 그 모습은 정말 어떤 연속극에 나온 말 그래도 인공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야 부담 없이 부다페스트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볍게 여행을 나와서 망정이지 다른 열차를 갈아타야 되는 상황이었으면 어쨌을까 생각하니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 다음 기차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또 다른 경험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지만을 돌아다니다 오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시간도 있고 또 유레일패스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 숙소를 잡아 놓고 가벼운 몸으로 인근의 도시를 수시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면 관광지와 또 다른 그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생긴다.
이 도시가 그랬다. 기차를 타고 내리며 여기가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시골 풍경이구나 생각하였으며 여기에도 중세의 교회가 있고 나름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도시와는 조금 다른 세련되지 않은 그렇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시골에서는 그래도 조금 괜찮은 식당에 가서 여기의 음식을 먹어 보고 싶어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식당이라고 찾아 가면 피자나 케밥을 팔고 정말 우리가 원하는 식당을 찾을 수 없어 빵집에서 빵과 케이크 종류 등과 음료수를 사서 점심으로 먹었는데 기차를 타러 역에 오니 역 안에 그래도 근사한 식당이 있었다.
올 때 잘 보아 두었더라면 그런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언제나 지나고 나면 조금 후회되는 것이 많다. 오늘 하루는 기차를 타고 많이 걷지 않아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그래도 기차만을 타고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이란 것이 이름난 관광지만을 돌아다는 것보다는 기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객의 모습을 보고 차창의 경치를 즐기고 기회가 닿는다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어 보고 그들의 삶에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시골길을 걸으며 허름한 주막집에서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거란 생각이다. 헝가리에서의 4박 5일간의 여행은 환상적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날씨가 쾌청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유럽은 어디를 가나 그렇게 화창한 날씨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오는 날부터 갈 때까지 계속 축제의 연속이었다. 와인축제가 있었고 또 시민공원에서 그들의 전통적인 행사와 축제, 그리고 성에서도 장이 섰으며 또 마라톤 대회도 있었고 전시회 등도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영웅광장 인근의 궁에서 장이 섰다. 각종 특산물과 농산물, 특히 소시지와 치즈 등을 많이 팔고 또 시식을 하느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장거리를 신나게 구경하고 나오니 이제는 전통 축제가 열린다. 전통 복장을 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식사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중에도 힘쓰는 일은 남자들이 도맡아 하고 여자들은 요리를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앉아서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대접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풍경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광경이다. 그렇게 부다페스트에서의 여행이 마무리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