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이제 함부르크를 떠나 프라하로 가기로 한다. 북유럽과 독일을 지나면서 무척이나 비싼 물가고에 시달렸다. 핀란드에서는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숙소비는 들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와 스웨덴, 독일을 지나며 생각 외로 많은 돈이 지출되었다.
이제 동유럽으로 가면 조금은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 지내기가 좀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텔이 많이 비싸지 않다. 좀 여유롭게 쉬고 여행하기 위해 이번에는 호텔로 숙소를 정한다.
함부르크에서 프라하 가는 기차는 베를린, 드레스덴, 프라하를 지나 최종 목적지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이다. 함부르크에서 프라하까지는 약 650킬로미터의 거리로 기차를 가면 7시간이 걸린다.
함부르크에서 프라하에 가는 길은 험하고 힘들었다. 불과 7시간의 기차 여행이었는데 기차를 타는 데부터 난관에 빠졌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이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장거리 기차라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승객이 한꺼번에 밀리는 바람에 무거운 배낭에 또 손에 든 가방까지 들고 사람들에 떠밀려 앞으로 들어가다 카메라를 떨어뜨려 뒤에 오는 사람이 찾아 주는 일도 발생하였다.
차에 타서도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와 엉거주춤 짐을 선반에 올려놓지 못하고 얼마를 기다리다 겨우 배낭을 선반에 얹어 놓고 자리를 찾아 한숨을 쉬고 있는데 우람한 독일 부부가 차표를 보여 주며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가 자기 자리라며 선반에 올려놓은 배낭을 내려놓고 자기들 것을 올려놓는다.
나는 당황하여 내가 기차 칸을 잘못 찾아왔나 싶어 배낭을 다시 메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기차 칸을 찾아보니 우리가 처음 앉았던 자리가 우리 자리가 맞았는데 우리가 수모를 당한 것이다.
다시 표를 보여 주고 우리 자리라고 이야기하자 그 부부는 말도 없이 짐을 갖고 나가 버린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정말 싸가지다.
프라하 역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좀 삭막하고 스산한 기분과 조금은 불량스럽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나중에 집사람이 영 기분이 안 좋아해 물어보았더니 기차에서 내려 숙소 찾아오다가 어떤 남자가 자위행위하는 것을 보아 너무 충격적이었고 숙박비가 싼 곳을 찾아 너무 외진 곳으로 와서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는데 숙소는 기차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도보로 갈 수 있고 주택가와 사무실이 혼재한 곳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곳이었는데 단지 기차역 근처가 안 좋았던 것이지 숙소 근처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하고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와 본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장이 섰다. 시장의 상인들은 주로 중국계 또는 동남아계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주 고객은 여기 사람들이고 상품은 중국산이 많은 것 같다.
프라하의 물가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숙소도 좋은 호텔은 아니지만 아침이 제공되고 하루 숙박비가 40유로 정도로 함부르크 민박집의 절반 수준이다. 하기야 한인 민박집은 저녁도 제공되었으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독일의 물가와 동유럽의 물가는 많이 차이가 난다.
프라하에서는 그냥 며칠을 쉬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집사람의 마음이 상해 있는 것 같다.
세계 여행이라고 왔는데 배낭여행이 힘들고 집을 떠나 온지도 한 달이 훨씬 더 지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집으로만 가고 싶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좀 쉬기로 한다. 집사람도 어제의 기차여행에서의 불쾌함을 털어 버리고 기분을 전환시키라 하며 나는 밖으로 혼자 나와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큰 마트도 있고 상설 시장도 있다.
혼자 나와 시내를 돌아다니 숙소에 들어가 시장 구경이나 하자고 나와 꼬치구이도 먹고 마트에서 오이와 과일들을 사고 와인과 맥주도 산다.
저녁에는 중국식 음식점에서 밥과 국 등 동양식 음식을 사 와 와인과 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다음날은 함부르크 민박집에 있을 때 드레스덴은 꼭 가봐야 된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드라드센을 왔다. 여기에 숙소를 정할까도 생각했으나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곳에 숙소를 정해 놓고 기차는 유레일패스로 돌아다니니 나쁘지 않았다.
프라하에서 드레스덴까지 기차로 편도 약 2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우리는 배낭여행을 하다 보니 무거운 배낭을 메고 또 다른 가방도 가지고 다녀야 하니 숙소에 짐을 놓고 가볍게 다니는 것이 편리하다. 2개월 유레일패스를 끊었으니 기차로 이동하면 큰 문제는 없으니 그런 방법을 이용하니 많이 편리하다.
드라드센에 오니 정말 아름다운 곳을 잘 찾아왔다는 기분이 든다. 솔직히 우리가 여행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공부하고 꼭 어디를 가야 된다고 생각한 곳은 없고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찾아가고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사람들은 사전에 어디를 가야 하고 거기 가서 뭐 먹어야 하고 그러면서 거기를 가기 위해 어떻게 갈 건가를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냥 가는 것이다. 가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곳이 나오고 그리고 그것을 보고 가다 보면 먹을 것 찾다 보면 맛있는 것이 있고 그러면 아 맛있다 생각하고 그러고 좋아하면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가가 독일이나 북유럽보다 저렴한 동유럽에 숙소를 정해 놓고 기차로 인근 서유럽을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여 왔다 갔다 하며 여행도 하고 비교적 저렴한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경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을 뺏기는 것을 감안해야 되기는 하다.
프라하에서의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프라하에 도착할 때의 악몽을 씻어 버리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서로 간의 오해도 풀고 결코 숙소가 나쁜 곳이 아니라는 것은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며 또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는 배낭족들이 아닌 여행객들이어서 우리들하고는 조금은 격이 다른 여행객들이 이용하고 또한 호텔의 식당도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우리가 이용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프라하에는 정말 다양한 관광객들이 돌아다니다. 인종들도 다양하고 차림새도 다양하다. 그리고 거리에는 사람과 함께 악사들도 많다. 기타나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사람들, 또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리고 더욱 보기 좋은 모습은 그런 연주를 즐기는 관광객들이다.
나도 실력을 조금 더 갖춰 신나게 대금을 한번 불어보고 싶은 심정인데 아직 실력이 받쳐주질 않으니 조금은 아쉽다.
프라하 박물관을 들어갔는데 저녁에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사계를 연주하는 음악회가 있다고 하며 표를 사라고 한다. 내 얼굴을 보더니 몇 살이냐고 묻는다. 내가 60이라고 하자 여기서 시니어는 65살인데 내 머리가 하얘서 시니어 표를 끊어 준다고 회유를 한다. 정상가보다 30%가 싸다며 자꾸 사라하여 마지못해 표를 구입하고 밤에 나와서 관람을 하였다.
정말 여행을 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밤에 음악회를 관람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야경을 보며 시내를 거니는 맛도 색달랐다. 조금이 있으면 추석이 다가오는 밝은 달은 향수병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프라하 성을 들어가 보고 정말 유럽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