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오슬로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기차는 밤기차가 있고 낮 기차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과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오후에 출발하는 것을 탄다.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도착은 아주 늦은 밤에 도착한다.
이렇게 되면 숙소 잡을 때 잘 잡아야 된다. 게스트 하우스나 규모가 작은 호스텔 같은 곳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직원이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직원이 상주하는 숙소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를 돌아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스마트 폰의 구글 지도를 켜고 가다 보면 GPS가 작동되어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려 주어 주소를 찾기가 쉬워졌다. 주소를 입력하고 저장하면 별표가 나타나고 거기를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처음 기차에서 스마트 폰을 켜고 구글 맵을 작동 시키면 좌표가 나타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만 잡으면 다음부터는 묻지 않고도 찾아갈 수가 있다. 하지만 처음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방향을 알려주고 얼마를 가면 사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좌측으로 갔다가 다시 우측으로 가고 설명이 많다. 열심히 설명하니 다 듣고 고맙다 인사하고 길을 찾아 나선다.
우리의 숙소는 기차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왕궁도 인근에 있고 주변의 풍광도 아름답다.
사람들이 우리가 러시아를 지나 북유럽, 동서유럽과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남미로 5 ~ 6개월 여행을 간다 하니 모두들 반신반의하였다. 말도 통하지 않고 경비도 엄청 들 것인데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이도 만만치 않고.
그렇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사는 이치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돈도 쓰기 나름이지 기본적인 것만 내면 그 후로는 쓰기 나름이다. 여유가 있으면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조금 낮은 숙소, 또한 음식도 해서 먹으면 되고 좀 낮은 것을 사 먹으면 되는 것이지 모든 것이 마음먹기 아니겠는가?
스톡홀름에 와서 보니 정말 북유럽의 여행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비싸기는 했지만 핀란드와 노르웨이를 지나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으며 헬싱키, 오슬로, 스톡홀름의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번의 숙소는 조금은 비싸더라도 2인실 우리들만의 공간을 갖도록 하였다. 요금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슬로에서의 조금은 나쁜 기억도 있어 기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숙소는 도시의 중심지의 왕궁 인근의 크루즈 호스텔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옛날에 크루즈로 이용했던 배를 객실은 숙소로 그리고 위에는 카페와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바닷가에 떠 있어 나름 운치가 있고 많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멀미를 할 정도는 아니고 큰 배가 지나갈 때는 가볍게 흔들리는 정도다.
스톡홀름에서는 정말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았다. 시청 홀도 그랬고 왕궁도 시장도 공원도 좋았다.
유럽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날씨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날씨가 맑다가도 어느 순간 먹구름이 몰려오고 그러다가 소낙비가 쏟아진다.
스톡홀름의 시내는 정말 아름답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고 도시는 깨끗하였다. 다만 불만인 것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는 것이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여기 사람들은 짧은 여행을 하면서도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이를테면 와인과 음식을 싸가지고 가면 와인을 시원하게 하는 와인 박스와 와인 잔과 음식을 차갑게 하는 박스 등 그것만 해도 한 짐이 된다. 그리고 의류 등을 넣는 트렁크 등.
기차에 앉아 계속 이야기하며 와인을 마시고 웃고 즐기며 스킨 쉽도 진하게 하며 남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없다.
모두들 자기들의 방식대로 사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또 자기의 감정을 죽이지 않으며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선진국이고 또 잘 살아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방식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된다.
하기야 우리도 너무 피곤해 잠을 자려고 하는데 맥주를 계속 마시며 떠들고 웃고 하여 미안하지만 자야겠다는 시늉을 하자 그들도 미안하다고 하며 조용히 해주는 것을 보면 전혀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톡홀름에서는 이틀 밤을 자고 가기로 하였다. 이제 한국을 떠나 온지도 한 달이 훨씬 지났다. 러시아를 지나고 북유럽을 지나면서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러시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쌀과 우우를 섞어 끓인 죽 같은 것을 한번 먹었고 오슬로에서 일본식 초밥을 먹은 것이 밥이라면 밥이겠지만.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물가가 비싸 고전을 했는데 이제 독일로 가면 한인 민박집에서 한국음식을 먹고 빨래도 하고 며칠을 쉬면서 다음 일정을 정하자 하고 함부르크로 가기로 하였다.
한인 민박집은 다른 게스트 하우스보다는 가격이 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밥값을 계산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스톡홀름을 떠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지나 함부르크로 약 12시간에 걸쳐 기차를 타고 달려간다. 북유럽이여 안녕. 정말 아름다운 풍경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 하마.
좀 더 많은 사진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