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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비크에서 오슬로로

대금과 함께 세계로 대륙을 기차로...

by 김명환


오슬로.PNG 나르비크에서 오슬로로 내려오는 길도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 타고 내려왔다.



새벽에 일어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첫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다행히 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아 제일 먼저 들어가 운전석 옆 앞자리에 앉는다. 앞자리가 전망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제일 앞자리의 전망은 환상적인 풍광과 함께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치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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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비크에서 모되로 가는 길의 모습


나르빅에서 보되까지는 약 300길로 미터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철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버스로 이동해야 된다. 보되는 노르웨이 기차가 닿는 최고 북쪽 역이다.


보되에서 오슬로로 가는 길은 기차로 약 18시간 걸린다. 중간에 트론헤임 역에서 갈아타고 가야 되며 트론헤임 역에서 오슬로 가는 중간에 1994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닐레함메르역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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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가다 보는 바다를 건너는 다리와 아름다운 산의 모습


스웨덴에서 나르비크로 오는 기차의 풍경도 좋았지만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의 경치도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 바쁠 것 없는 한적한 마을 풍경 등.


버스는 남쪽으로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다 폭이 좁은 곳은 다리가 놓여 있고 폭이 넓은 곳은 훼리를 타고 넘어간다. 버스가 사람을 태운 채로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 내려주면 그 버스는 계속하여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배는 버스뿐만 아니라 트럭이나 승용차도 같이 싣고 간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겠지만 우리가 내려가면서 보이는 경치와 사람들이 평화롭고 풍요롭게 느껴진다. 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명랑하다 이런 모습은 러시아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러시아의 사람들은 조금은 무겁고 차가운 느낌을 받아 말 걸기도 무서웠는데 유럽 쪽은 아닌 것 같다.


20140825_080212.jpg 아름다운 도로의 모습


스웨덴의 캠핑장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기에 대한 소개도 많이 하며 즐거웠는데 풍요로운 삶이 남에게도 배려하며 좋은 감정을 갖게 하지 않나 싶다.


5시간이 넘게 걸려 보되에 도착하였다. 우선 기차역을 찾아가 배낭을 맡기고 기차표를 예약을 한다. 기차표는 밤 9시가 넘어 출발하여 트램 하임에서 다시 갈아타고 오슬로로 가는 것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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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폭이 좁은 곳은 다리로 폭은 넓은 곳은 배를 타고 넘어간다.


트램 하임까지는 야간열차이기 때문에 침대칸이 아니면 2등 칸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2등 칸을 끊고 트램 하임에서 오슬로 가는 열차는 주간 열차이니 1등 칸을 끊는다. 일 년에 한두 번 휴가 때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라면야 침대칸을 이용해도 큰 무리가 없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배낭여행에서는 그래도 경비에 신경을 써야 된다. 친절한 역무원이 야간열차는 좀 힘들겠지만 내일 1등 칸은 커피와 과자 등을 무료로 주고 아주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유레일 패스를 끊고 기차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1등 칸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등 칸을 타보지 못했다. 열차표를 예약하고 시내를 돌아다녀 본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생선 집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음식점에서 수제 버거를 시켜 먹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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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되의 풍경과 훼리의 이동 표시 지도


유럽이나 미국 등 일반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키면 우리의 기준이 아니라 덩치 큰 서양인 기준으로 음식이 나오니 우리는 반을 먹기도 힘들다. 특히 느끼한 음식이기에.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보되로 왔다가 또 거의 온종일 시내를 돌아다니다 밤기차를 타니 불편한 자리지만 잠을 어떻게 잤는지 중간 기착지인 트론헤임 역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도 안되어 기차역 밖에 잠시 나갔다가 사진만 몇 장 찍고 들어와 다시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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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착지의 기차역 모습


1등 칸의 기차는 2등 칸보다 달라도 많이 달랐다. 우선 스마트 폰의 wifi가 잡힌다.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암호를 알려주어 카톡도 되고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하지만 차창 밖의 경치가 중요하기에 인터넷 검색은 미뤄놓는다. 커피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캔디 같은 것도 비치되어 있어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우리와 같이 가는 부부는 우리 또래인데 은퇴를 하고 노르웨이 남쪽으로부터 요트를 5개월 타고 올라왔다가 여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중이라고 한다.


부부가 요트에서 먹고 자고 낚시하고 그러다 좋은 곳에 정박하여 호텔에서 머물다가 다시 여행하기를 5개월 정말 좋았다 하며 자랑이 끝이 없다. 우리도 은퇴를 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충전을 하기 위해 러시아 대륙을 기차로 통과하고 핀란드를 거쳐 스웨덴, 노르웨이를 왔는데 여기서 다시 스톡홀름과 서유럽, 동유럽, 그리고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남미로 갈지 어떨지는 미국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우리도 자랑 질을 좀 해보았더니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격려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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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풍경


아름다운 경치를 버스와 기차를 타고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오슬로에 도착하였다.


이제 본격적인 유럽 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르빅에서 버스로 보되까지 그리고 보되에서 오슬로로의 기차여행은 차창의 경치만으로도 아주 멋진 광경이었다. 25일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그날 밤 9시에 보되에서 기차를 타고 오슬로에 도착 한 시각이 다음날 오후 4시경 서둘러 숙소를 찾아간다.


북유럽은 정말 모든 것이 비싸다. 숙소도 시내 교통요금도 음식점도. 그래서 아끼고 또 아껴야 된다. 숙소도 예약하는데 2인실은 너무 비싸 24인이 한방에 자는 방을 러시아에서 2인실 방값의 2배를 주고 들어갔다.


원래 유럽에서의 숙박은 카우치서핑으로 하여 경비를 줄일 생각이었으나 집사람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그냥 돈을 주고 들어가는 곳을 택하자 하여 할 수 없이 비교적 저렴한 숙소를 구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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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북유럽의 조그만 항구의 모습


숙소에서는 시트 값도 별도로 지불하여야 되고 취사도구도 보증금을 맡겨 놓고 빌렸다가 반납하면서 돈을 받는 형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주방은 아주 복잡하였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같이 식사하며 떠드는가 하면 혼자 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음악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는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한국 학생 같은 사람이 있어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니 대만에서 왔다고 한다. 중년의 동양인이 있어 관심 있게 보았는데 그 사람도 중국권의 사람 같았다. 스마트 폰의 화면이 중국어로 되어 있으니.


흑인들도 눈에 띄고 아랍권의 사람들도 많이 있다. 여기는 아파트 전체가 이런 호스텔 같은 형태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호스텔이나 아파트 같은 곳을 들어갈 때 2인실 우리 둘만의 숙소가 아니면 6인실이나 8인실 보다는 아주 사람들이 많은 방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각자가 조심을 하기 때문에 숙소도 조용하고 또 남의 눈치를 덜 보는데 4인실이나 6인실의 경우는 자기들끼리 많이 떠드는 경우가 생겨 우리 둘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방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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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시내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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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의 관광객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전에 모스크바와 헬싱키에서도 그랬는데. 한국 관광객들은 정말 대도시에나 와야 만날 수 있다.


하기야 우리같이 배낭을 메고 유레일패스를 끊었으니 이렇게 장거리 여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돌아다니면 대도시 위주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다녀야 되고.


어제 오슬로에 와서 숙소에 들어온 이후로 아내의 표정이 많이 상해 있다. 아마도 숙소도 식사도 모두 맘에 들지 않은 눈치다. 우리가 러시아를 지나 헬싱키, 그리고 하파란다 보되를 거쳐 오슬로에 오는 동안 3박을 호텔과 캠핑장에서 보냈는데 거기는 상대적으로 소도시이고 외곽에 있는 관계로 하루 7 ~ 8만 대의 숙박료를 지불하였지만 여기는 대도시인 데다 시내에 숙소가 있어 2인실은 많은 돈을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저렴한 방을 찾았는데 그래도 전보다 더 비싼 방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단체 관광객들은 모두가 밝고 화려한 복장에 화장도 예쁘게 하고 다니는데 우리는 좀 꾀죄죄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 다른 관광객들과 비교하다 보니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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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아름다운 모습들


하지만 비싼 북유럽에서는 조금 아끼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동유럽 쪽에서는 우아하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도시를 벗어난 곳을 기차로 타고 가본다. 특별히 어디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나 여기 시내버스나 전차는 가격이 너무 비싸 유레일패스를 갖고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차를 타고 인근에 나가 보기로 한 것이다.


기차역에 가서 시간표를 보니 바로 있고 자주 다니는 기차역이 모스다. 일단 타고 가보니 정말 한적하고 아름다운 조그만 도시이다. 아마 여기도 옛날에는 꽤 컸던 항구 도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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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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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배들이 수시로 오가며 해안 비치에는 햇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고 인근에는 배낭여행객이 왔다 갔다 한다.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항구도시다.


한적한 도시에서 여기에서의 생선 음식 등을 시켜 먹으려 하였으나 찾지 못하고 다시 오슬로에 와서 점심을 일본식의 초밥으로 먹었다. 별로 양도 많지 않았는데 가격은 엄청 비쌌다는.


유럽에서 특히 북유럽에서는 음식점의 음식이나 음료는 무척 비싼데 상대적으로 대형 마트에서 식재료나 음료 주류 등은 무척 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와인이나 맥주도 무척 싸다.


우리는 여행 앱을 찾아 유명한 곳과 가야 할 곳을 미리 정해 놓고 스마트폰의 지도를 찾아 많이도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렇게 오슬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오슬로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기회에. 지금은 기차여행 이야기.


나르비크에서 보되를 거쳐 오슬로로 가는 여정을 올려봅니다.

https://youtu.be/cKoM-6Lo_YI


오슬로의 풍경을 유튜브에 담아 보았습니다.

https://youtu.be/x6IXmXZXM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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