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1862-1918)
누쏠: 제가 어렸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 이름이 '빈음악원'이었거든요. 원장선생님이 빈에서 유학을 했던 분이었나봐요. 원장실에 빈 사진과 함께 <키스> 포스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어려서부터 궁금했습니다. 빈이라는 도시, 그리고 클림트라는 화가.
오늘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클림트 선생님.
클림트: 누쏠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실에 있었다는 제 그림을 보고 어린 시절부터 저를 궁금해하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키스>와 같은 몇몇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기도 하니, 나는 예술가로서 정말 행운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누쏠: 선생님, 당시 빈은 어떤 곳이었는지 너무 궁금해요. 선생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빈 여행 가는 한국사람 대부분이 선생님의 <키스>를 보러 갈걸요. 빈은 당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잖아요. 어떻게 선생님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클림트: 제가 경험해 온 빈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당시 빈은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세련된 카페, 그리고 활발한 전시장이 공존하는 곳이었죠. 예술적 전통과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부딪히며 함께 해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거리마다 쏟아지는 자연광,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며, 색채와 질감, 그리고 조형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생생한 경험들이 제 작업에 큰 영향을 주어, 금빛의 찬란함과 때로는 어둠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빈이라는 도시는 제 작품 속에서 이상과 현실, 그리고 감정의 양면성으로 담겨있습니다.
누쏠: 선생님, 지난주에 에곤쉴레 씨가 왔다 갔거든요. 선생님과 빈에서 한 시대를 보냈던 분이죠? 작업의 어떤 부분을 보면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 것 같아요.
클림트: 쉴레... 그 친구. 젊었을 때부터 눈에 띄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나도 참 좋아하던 친구였죠. 그 친구가 빈 예술아카데미 재학 중일 때니까, 스무 살도 안되었을 때였던 거 같은데, 나한테 드로잉을 몇 점 보여주며 이렇게 묻는 거예요. "저한테 재능이 있나요?"
누쏠: 와. 선생님과 쉴레 씨가 나이차이가 많이 난다고 들었는데, 패기 넘치는 질문이네요.
클림트: 맞아요. 그 친구는 젊었을 때부터 자신감 넘치는 친구였고, 우리는 29살 나이차이가 났지만 난 항상 그 친구를 지지하고, 예술가로서 그의 태도를 존경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미술평론가, 미술사가이자 쉴레의 친구, 수집가였던 아르투어 뢰슬러(Arthur Rossler, 1877~1950)는 달시 클림트가 쉴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재능이 있냐고? 있어. 쉴레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클림트: 당시 빈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불렀어요. 이에 비해 도발적이고, 어찌 보면 비 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쉴레에 대해서는 비난을 쏟아부었죠. 하지만 난 쉴레의 재능이 부러웠습니다. 나와는 다른 예술관을 가지고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나는 항상 그 친구를 지지해 왔어요.
누쏠: 대가인 선생님에게 이런 찬사를 들은 쉴레 씨가 갑자기 너무 부러워지네요. 아! 그런데 선생님 빈 분리파 (Wien Secession)이 무엇인가요?
클림트: 당시 빈은 예술이 꽃피우는 세계 최고의 도시였죠. 하지만 당시 빈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모순은 예술가인 저에게 또 하나의 예술적 도전을 하게 한 겁니다.
각 시대에는 각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빈 분리파
누쏠: 예술적 도전이요? 그게 무엇인가요?
클림트: 예술가인 우리도 과거의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창작과 우리 각자의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해 보자 라는 취지의 예술가 단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화,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주로 젊은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었죠.
누쏠: 선생님, 어린 시절부터 빈이라는 도시와 선생님의 작품에서 예술적 상상하며 성장해 온 저에게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꿈처럼 다가옵니다. 오늘 이렇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클림트: 누쏠님, 저 역시 오늘 이렇게 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매우 기뻤어요. 제 작품이 누군가의 삶 속에 진실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가로서의 보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쏠: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빈과 예술,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의 예술적 도전정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어요. 저희 그러면 다음 시간에는 선생님 작품 중 <키스>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 주세요. 다음 시간도 기대됩니다.
클림트: 네 그럼 다음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