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혜선 Nov 14. 2019

프롤로그 _
저는 드라마보단 책을 좋아합니다.


“차 한잔 드릴까요?”  

“(약간의 미소) 괜찮습니다.”



어디서든 차 한잔 준다고 이야기하면 쉽게 “네”소리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한번 더 물어주길 바라는데 상대방이 더 이상 말이 없으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참 정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봉지커피도 티백 녹차도 그곳 경제에 해를 끼칠 만큼 비싼 게 아닌데, 말이 목구멍에서 막힌다. 이게 바로 그 겸양의 미덕이었던가, 체면이었던가.   


예부터 ‘요즘 것들’은 있어왔지만, 정말로 요즘은 이전보다는 자기표현이 명확해졌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자기표현'이기도 하다. 


군말 없이 짧게 자신이 원하는 걸 이야기하고, 화장, 문신, 헤어스타일 등으로 대범하게 자신을 대변한다. 30초에 모든 걸 담아내는 세대다. 그러나 세대를 나누는 것을 보면, 면접 복장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점잖은 사람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냥 얌전한 건 안되고 조용하면서도 할 일 다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거나 뭐가 잘못됐단 소리를 했다가는 일명 ‘나대는 인간’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과감하게 잘한다고, 좋아한다고 이야기해도 되는 건 술밖에 없다.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는 저서 <<독립 연습>>에서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맨얼굴을 숨기고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나도 나를 모르고 상대도 나를 착각한다.  이 경우 자신의 방식대로 나를 자신에게 구겨 넣으려 하거나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댄다. 그러니 사랑도 인간관계도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나’를 얼마큼 드러내며 살아왔을까? 단번에 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잘난 척하는 사람인 것 같고, 명품을 좋아한다거나 옷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치스럽다는 이미지를 입힌다. ‘시골을 좋아해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시골은 싫고 도시가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느낌상 자연친화적인 농촌을 선망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다. 드라마보다 책을 좋아할 수도 있고, 명품을 좋아할 수도 있고, 공부를 좋아할 수도 있고, 도시의 번잡하고 화려한 생활을 좋아할 수도 있다. 당연히 시골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진짜 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연습이 덜 되어 있기도 하고, 그렇게 말할 분위기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 표현해내지 못한 것들이 쌓여 중년 이후에 ‘화’나 ‘신경질’ 혹은 ‘무관심’으로 나타나곤 한다. 결국엔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지 않다.

 

나’는 뭘 좋아할까? 사실은 이것부터 불분명하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켜주지 않던 혈액형별 특징을 밀어낸 MBTI 역시 '나'를 알기 위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나를 내가 설문으로 알아야 한다니 한편으로 서글프다. 


윤활유로써 일상을 잘 돌아가게 해 줄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그게 어렵다면 '싫은 일'이라도 알아가며 '나'를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표현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면 눈치를 보는 것보다는 하면서 즐거워하는 게 더 낫다. 그래서 나를 찾기 위해 내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에게 묻는 말로, 나와 친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