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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are you?"는 진짜 하와유가 아님을

돌려 까기 아닌 돌려 말하기 No.1 영국!

by Siho


"How are you, Siho? Are you ok? " 프레야의 아침인사는 늘 그렇게 시작한다.


이 인사가 다소 이상하기도 하고 조금 거슬리기도 했던 것이, 너 괜찮냐는 질문이 꼭 내 상태가 안 좋아서 물어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잖아.

"시호, 어때 너 오늘 좀 괜찮아?" 이게 무슨 인사야. 그냥 하이 하면 되지. (좋자고 하는 인사를 굳이 삐뚜름하게 받아들이는 나란 인간...)

굳이 나의 상태를 물어보신다면 그에 맞게 솔직한 대답을 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Well, I am not ok"

"No... I am so tired"

"No.. Not really"


써놓고 보니 무슨 맨날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 주로 그렇다. 아니 뭐 얼마나 상쾌한 아침이라고 인사를 받을 때마다 쾌청하고 날아갈 것 같겠어? 어제 밤샜으니 피곤하고, 과제하느라 제대로 못 쉬었으니 상태 안 좋고... 아니 그래 보여서 물어본 거 아니었어? 그런데 저렇게 답을 할 때마다 프레야나 다른 친구들의 표정이 다소 미묘해진다. "Oh no... why???"


매번 내 상태가 왜 ok가 아닌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동조 못하는 듯한 표정들을 마주 하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들이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물어보는 "How Are You?"는 결코 "너 괜찮아?"가 아닌, 이를테면 그냥 의례히 하는 '안녕-' 같은 거였던 거다. 그러니까 그들이 예상하는 답 또한 '응, 안녕(Yeah, Fine)', 이거나 '응, 고마워. 너도 잘 지냈어?(I'm good, Thank you, how are you?' 였던 거다.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배운 영어 “I’m fine thank you, and you?”는 영국에 관한 한, 나름 적합한 대답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매번 아니, 최악임. 피곤함. 죽겠음... 이렇게 답했으니...)


가만히 이들이 하는 걸 지켜보니 "응, 고마워. 난 괜찮아. 근데, 어제 이런이런 일이 있었지 뭐야-" 하고 우선 괜찮아 고마워.로 운을 떼었어야 했다, 하하하. 솔직한 한국인은 이렇게 웁니다.


이거 바꿔서 한국 사람에게 적용해 보면 출근 지하철에서 이제 막 내린 직장인들에게 "오, 오늘 컨디션 괜찮아요?"라고 아침인사로 누가 물으면 "응! 최고야! 너무 좋아!"라고 말할 사람이 몇 명 정도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날아갈 것 같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 온 지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났다. 그중에서 2-3주는 영국을 떠나 있었으니 그래봤자 두 달 반 정도가 겨우 채워졌을 터다. 누가 영국에 대해서 좀 아느냐고 하면 걸음마는커녕 이제 기저귀나 찰 수준인 것.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이 더 생생하고 깊게 뇌리에 남는 것도 같다. 모든 일이 다 처음 겪는 일이라 좋은 일은 좋은 대로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역으로 힘든 일은 배로 힘들게 느껴진다.


- 이를 테면 저번 에피소드에 예로 들은 선박 택배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한국과 영국에서 몇 사람이 고생해서 겨우 겨우 소포를 중간 기착지에 붙잡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도 9월에 보낸 소포니 이제 4개월째가 되가는 것인데, 오늘 한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국으로 이미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6만 원의 반송료와 함께.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4개월을 넘게 기다렸으나, 나에게 연락도 없이 수수료 미납을 이유로 다시 본국으로 (빠르게도) 돌려보내졌다. 참내. 하하하. 어이가 없다- 생각하니 또 혈압이... 자제하자.


영국은 신사의 나라다. (뜬금)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프레임으로 인해 굉장히 잘못된 편견이 생기는데 '영국은 신사가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벋뜨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통용되는 개념이 하나 있지 않은가.

‘사바사’

무슨 주문이 아니고

사람 바이 사람이라는 거다.


겪어보니 신사가 많아서 신사의 나라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이 사람들이 ‘예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데,

"Manners Maketh Man"이라는, 영화 <Kingsman>의 대사로도 잘 알려진 격언이 있지 않은가!


고런데? 이게 또 동네 바이 동네 (동바동)이다. 런던같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다 섞여 있는 곳에서는

영국 사람만의 고유의 어떠한 색깔을 발견하긴 좀 어려운 편이다. 신사의 매너, 신사의 말투 같은 것을 기대했다가 런던의 밤거리에서 마약쟁이 20대들을 만나면 까무러치고야 만다. 하하. 그야말로 세계관 붕괴…


때문에 오히려 조금 더 중심가에서 멀어져야 상대적으로 때가(?) 덜 탄, 영국식의 매너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랭커스터는 시골마을이라 영국식 매너가 기본적으로 탑재된 분들이 대부분인데, 멀리갈 것도 없이 학교에서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가끔은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도 많다. 특히나 수업에서 우리를 북돋아 주기 위해 하는 교수님의 “판타-스틱!” “오 댓츠 으메-이징” 이 그렇다. 난 또 내 아이디어가 진짜 끝내주는 줄 알았지.


하지만 "음 너무 훌륭해 그 아이디어에 더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라든가

"와, 그거 엄청 기대되는 주젠데?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은근슬쩍 칭찬 뒤에 따라붙는 조언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고개를 끄덕거리며 오 내 의견이 존중받았어..라고 끌려가고 있다. (앗? 그렇다면 이것은 영국이니 잉스라이팅?)


생각해 보면 이들은 굳이 ‘단도 직입적으로’말하지 않는 편인 듯하다.


교수님의 답 메일이 몇주째 없자 “나는 버림받았어!” 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누구야! 누가 널 버렸어” 라며 정색하던 프레야의 표정이 다시 겹친다. 설명을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버려졌다기 보다는 우리를 덜 중요시하시는 거겠지(그게 그거잖아!).“ 라며 아름답게 포장하던 그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밈으로 떠도는 영국 사람의 예의(나 매너)에 대한 비유들이 많은데, 예전엔 설마 설마 했는데 지금 살면서 보니 하나하나 실전이었다. 그중 재미있던 하나를 예로 들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상황: 돈 꿔간 친구에게 돈 갚으라고 연락할 때>


한국: "야 이 자식아 돈을 꿔갔으면 갚아! 인연 끊을 거냐? ㅆㅂㄹㅁ ㄴ@@(ㄲ$&$@@@@*@*

영국: " 안녕. 이 문자가 너에게 잘 도착하기를 바라며. 네가 예전에 빌려간 자금의 거처에 대해 말인데. 네가 지급기간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우려돼. 나에게 늦게 대금을 지급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부디 이야기해 주겠니?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나에게 송금해 주겠니? 그러면 답을 기다리고 있을게. 언제나 너의 건강을 빌며."



하하하하하.

이 방법으로 꿔준 돈을 조금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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