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드라마 <쌈,마이웨이>를 보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나는 2020년의 여름까지도 배우 박서준을 모르고 있었다.
배우들과 연극 연습을 하다 피자를 배달시켰을때
"으악!~~~~ 저 박서준 너무 좋아하잖아요!!" 라며
유난스레 피자 뚜껑의 모서리를 가위질 하던 그 후배가 아니었다면.
무려 피자 모델이라니. 흥, 피클이랑 붙어 온 스리라챠 만큼이나 핫 한가보지?
다시 그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어렵지 않게 왔다.
내가 좋아하던 웹툰 중 <이태원 클라스>가 드라마화 가 된다는 것이다.
누가? 누가 박새로이를 연기하게 되려나? 그 당시 신문기사들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를 하루 하루 아껴보았다. 극중 역할 박 새로이에게 빠졌는지
배우 박서준에게 빠졌는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와서 보니 둘 다 인가도 싶다.
아니, 사실 아무래도 좋다.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 웹툰을 잘 따라 캐스팅을 한 게 아니라
웹툰 속의 박새로이가 박서준을 보고 만든 것만 같았다.
(이후 원작자도 한 인터뷰에서 원작웹툰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로 박서준을 꼽았다)
그래,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꼭 저런 굵은 목선과 굵은 목소리, 그리고 적은 말수여야 될 것 만 같다.
박서준은 더도 덜도 말고 딱, 박 새로이였다.
나는 비로소, 박서준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필모를 찾아보니 음? 나는 이미 박서준의 출연작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청년경찰> 이다.
이 두 배우의 놀라운 케미와 열정, 그리고 피지컬에 적잖이 감동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지금은 강하늘 박서준 이 둘과 마주하면 그냥 기절해 버릴 것 같은 팬심인데..
그런데 왜 그때는 제대로 인지를 못했던가. 그때의 나여 혼나자...
나는 밤 01:00부터 오늘 아침 6:00까지
박서준의 전작이자 주변인들의 추천작 <쌈, 마이웨이>를 정주행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박서준의 또다른 면모를 보게 된 것,
그리고 이미 알았으나 또 한번 자각하게 된
1) 행동력 장인
2) 멜로 눈및 장인
3) 키스 장인
4) 정의감 장인
5) 상남자인데 로맨틱 한 것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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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는 더 적을 수 있다. 이를 방송가에서는 하나로 압축하여 '로코 장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어쩐지 늘 싸움박질을 일삼는 3류의 깡패가 우아한 여성분을 만나
순정을 바치고 등등등...(너무갔나)의 편견을 장착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에서의 남주와 여주의 대화는 조금 다르다.
고동만 "너 뭔데. 뭔데 ......그렇게 자꾸 예뻐지냐?"
최애라 "이 새키가.....술먹었냐"
어쩐지 여주가 쌈마이 같기도.
주연은 네 명이다. 하나의 커플과 하나의 절친.
넷은 그렇게 빌라에서 함께 마주보고 살며 우정과 사랑을 쌓아간다.
어쩌면 다분히 현실적이면서도, 20대 스럽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로맨틱하거나 진심인 순간을
(부끄러워) 견디지 못하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은 새삼 생경하다.
말끝마다 이새키 저새키를 일삼던 여자주인공 최애라가
고동만 앞에서 언제부턴가 말 끝을 흐리게 된달지,
여사친인 최애라에게 헤드록을 걸곤 하던 고동만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졌달지
하는 모습들이 보는 사람까지도 침을 꼬딱- 꼬딱- 삼키게 하는 것이다.
로맨틱코미디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명실상부 이 드라마는 청춘드라마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러나 '성공'이 목표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눈물겨운 방구석 스토리.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리면서 사모님이 등장해서 돈봉투를 내밀거나, 찢어지게 가난해서 차압딱지가
붙거나 하는 극적인 모습들로 눈물샘을 쥐어짜거나 하지 않는 점이 좋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고, 별 대단치 않은 위로 한 마디에도 녹아내려버리는,
그렇게 한없이 아프고도 연약한 대한민국의 청춘들. 그 모습 그냥 그대로다.
극 안에서의 주인공 고동만은 권력과 돈 앞에서 한 때 무릎꿇고 비틀거렸을 지언정
결국은 그렇게 속이고 훔치며 살아온 가짜의 명치에 어퍼컷을 제대로 꽂는다.
언제나 내 곁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
언제나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던 내가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
지금 2021년을 맞이하는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선물같은 드라마였다.
'쌈 마이웨이'라고 제목이 붙었지만, 극 중의 주인공들은 누구도 소위 '개썅-마이웨이'가 아니다.
꿈을 찾고 이뤄가는 그 길을 찾는 여정에 나와 함께 걸어달라고- 너와 함께 걸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워 웨이( Our Way)'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임상춘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 2021년에 이만큼 좋은 대본 써 볼게요.
야, 니가 있는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니야?
니가 좋은데가 너에게 메이저 아니냐고. 그냥 너 가슴뛰는 거 해.
- '쌈, 마이웨이'중 고동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