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느라 정신없고 학교 다니느라 바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 게으르지 않은 바쁜 하루를 산다.
매일 청소를 하고, 마트에 다녀오고, 중국어 왕초보 반에서 공부를 한다. 아이 학교 행사는 무조건 참석하고 있다. 한국맘들과의 커뮤니티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엄마들과 대화를 시작하고 연락처를 교환한다.
그마저도 일정이 없으면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가보기 좋을 것 같은 곳을 자전거 타고 미리 탐방을 가기도 한다.
북경 현대모터스튜디오 아트전시
그날도 나는 나름 뿌듯한 하루를 보냈었다.
가장 피곤하다는 수요일, 션이는 하교 후에 참 피곤한 얼굴이었다.
"션, 오늘 저녁 축구 훈련 있는데 갈 수 있겠어?"
피곤해하는 아이에게 주먹 불끈 쥐어보이며, 할 수 있어! 격려를 해주고 4시부터 이른 저녁을 먹였다. 침대에 누워서 좀 쉬겠다는 아이 옆에 누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을 같이 읽었고 축구훈련이 있는 학교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타서 잠이 든 아이를 보며 한숨 자고 일어나면 축구 씩씩하게 잘하겠지 기대를 하기도 했다.
퇴근길 막히는 도로 위 30분을 달려 도착한 학교에서 아이는 피곤하다고 했다. 축구할 힘이 없다고 안 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안 하겠다고?"
말이 예쁘게 안 나갔다.
"아니야, 훈련은 해야 돼. 얼른 정신을 좀 차려. 물 마셔!"
단호한 내 말투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해 버렸다.
"안 할 거면 집에서 미리 말해야지. 여기까지 와서 안 하는 게 어디 있어!"
좋은 엄마라면 아이의 피곤함을 이해해 주고 보듬어줘야 할까?
아니,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게 습관이 되도 안 좋으니 이겨내자고 해야 할까?
머릿속은 복잡했다.
"집에 그냥 가자."
시끄럽게 울고 있는 션이를 보는 상황이 버거웠던 나는 아이손을 잡아끌었고, 그 때 갑자기 뜨겁게 눈물이 흘렀다.
급히 잡은 택시는 괜히 비싸고 고급스러운 차였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 택시비 다 아깝게 느껴졌다. 택시 안에서도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길, 내 손을 잡으려는 아이 손을 뿌리쳤다.
'속좁고 한심한 엄마가 되었네.'
배고프다는 션이를 위해 과일을 준비해 주었고 우리는 아까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아까 너무 피곤했는데, 그렇게 울고 짜증 부리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어. 미안해"
라고 말하는 션.
"울어도 괜찮아. 너무 피곤해서 그런건데. 엄마도 화내서 너무 미안했어."
"아냐. 내가 더 미안했어."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미안한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
꼭 안고 딱 붙어서 누운 침대 위, 우리 아이의 온기가 참 소중했다. 이 작은 아이에게 왜 그렇게 매몰차게 굴고 혼을 냈는지 반성했다.
친정엄마와의 통화 후 내 미안한 마음은 더 커져버렸다.
"아직 7살 어린아이야~ 축구한 번 안 간다고 큰일 나지 않아. 아이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들겠어. 이해해 줘. 애기한테 홍땅거리지 말고."
갈등상황 앞에서, 하루를 얼마나 바쁘고 알차게 보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널 위해 이렇게 까지 했는데 라는 생각에 내가 내던 매서운 화는 정당화되고 있었다. 이럴 거면 게으른 하루를 보내더라도 가족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