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얼굴, 같은 생각, 같은 감정들
인간성, 인간적이라는 말이 이렇게 소중한 단어였나. 우리는 가끔 실수를 하면 '정말 인간적이네'라는 말을 듣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완전함으로 인해, 혹은 감정적인 이유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멋진 신세계>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단어인지 느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인간성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성이 무엇인지 더욱 또렷이 알게 된다.
이미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성'은 어떤 의미가 될까.
<멋진 신세계>는 20세기에 쓰인 대표적 미래 소설이다. 기계 문명이 세계를 지배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담고 있다. 인간은 모두 실험실에서 인공 부화되고, 조건반사 (세뇌)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당연히 부모는 없다. 어머니, 아버지는 모두 구시대적 단어로 자연 배양의 부끄러움을 연상시키는 단어일 뿐이다.
인간은 알파, 베타, 엡실론 등 계급으로 나뉘어 태어난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72 정도까지 분할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150쌍의 일란성 쌍생아가 집단으로 탄생하는 식이다. 인공 부화 시에 계급에 따라 호르몬이나 약물 투여를 조절해 외형에 변화를 준다. 노동 계급은 그에 맞춰 키를 조절하기도 하고, 생식 기능을 없애는 등의 변형이다.
유리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기에 조건반사 교육을 받는다. 각 계급마다 편견과 행복감을 세뇌시킨다. 자기 계급에 대한 만족감을 세뇌시키고, 타 계급에 대한 편견을 몇 년간 수면 등을 활용해 반복학습 시킨다. 성인이 되어 이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조건반사 교육에 의한 인식이나 규칙이다. 사회의 안정을 위해 행복은 조기 주입되고, 소마(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주인공 버나드 마르크스는 상위 알파계급의 남성이다. 하지만 그는 동일계급의 남성보다 키가 8센티 정도 작다. 이 때문에 그는 태어나기 전 인공 부화실에서 실수로 대용혈액에 알코올이 주입됐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일률적인 사회에서 이러한 차이는 그를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버나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한 개인으로서의 고독과 여러 감정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동료 헬름홀츠 역시 남다른 지능으로 개인의 고독과 사고의 한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어휘라는 것은 적절히 사용하면 X레이와 같아질 수 있어. 어떤 것도 관통할 수 있는 것이야. 읽는 사람들을 관통하는 거야(...) 어떻게 인간의 정신을 찌르듯 강렬하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지.'
'내가 자유롭다면, 교육으로 노예화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기계 문명의 문제는 야만인이 등장하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야만인은 기계 문명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있는, 원시 부족의 사람이다. 이들은 여전히 부모에게서 양육되고, 책을 읽고, 감정을 나누고, 위생의 한계나 잔혹성 등을 가지고 있다. 버나드가 이곳에 방문하면서 야만인 존을 만나게 된다.
야만인 존은 기계문명 세계를 '멋진 신세계'라고 표현한다. 그가 성서처럼 읽는 셰익스피어의 책 <템페스트>에 나오는 단어다. 존의 생각과 말, 표현은 셰익스피어의 책에서 비롯된다. 존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을 동경하고, <리어왕>에 나오는 상황을, <오셀로>에 나오는 세상을 좇는다.
하지만 기계문명 세계를 직접 방문한 존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단체로 같은 얼굴, 그들의 기계적인 사고, 통제된 감정, 자유로운 성적 교류는 그를 끔찍이 절규하도록 만든다.
'고통과 분노를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X광선처럼 예리하게 마음을 투시하는 훌륭한 글을 생각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의 유지가 아니라 의식의 강화와 세련이며, 지식의 확대라는 믿음을 심어 줄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행복에 대한 사색을 허가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결국 존은 외딴 지역으로 떠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