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리듬따라 - 영화<패터슨>

반복되는 일상 속 어제와 다를 오늘

by 결항


찾는다, 찾는다

바람을 따라가며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바람인지

바람의 힘인지 우리가 모를 때까지


미국의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다. 시의 매력은 운율에 있다. 짧은 글 속에 함축된 상상력과 의미, 리듬감을 갖고 있는 운율은 시의 맛을 살린다. 반복 속에 운율이 있고,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그게 시의 매력이다.


영화 <패터슨>은 미국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의 일상을 담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의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패터슨은 미국 유명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실제 살았던 도시이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패터슨은 패터슨에 거주하며 취미로 시를 쓴다.


월요일. 그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기상한다. 아직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지 않고 부엌에서 시리얼을 먹으며 출근을 준비한다. 테이블에는 성냥갑이 놓여 있다. 차고지로 출근한 그는 운전석에 앉아 노트를 꺼내고 잠시 시를 쓴다. 성냥갑에 대한 시다. 오전 버스 운행을 마치고, 근처 폭포가 흐르는 공원에서 간단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또다시 시를 끄적인다. 그리고 퇴근. 아내와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을 시킨다. 잠시 단골펍에 들러 사장과 담소를 나눈다.


그의 평범한 일상이다.


화요일. 그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상한다. 부엌에 먼저 나와 출근 준비를 한다. 차고지 버스 운전석에 앉아 잠시 시를 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의 시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간간히 버스 승객들의 담소를 엿듣는다. 퇴근 후 귀가해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아내는 주말 시장에서 팔기 위한 컵케이크 만들기에 몰두해 있고, 기타를 사서 배우고 싶다고 그를 설득한다. 또 써놓은 시집을 미리 복사해 두라고 그에게 당부한다.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는 저녁을 먹고, 애완견을 산책시킨다. 단골펍에 들러 사장과 담소를 나눈다. 다른 단골손님들과도 소소한 얘기를 나눈다.


수요일...


패터슨의 일상은 일요일까지 그려진다. 평일에는 6시 즈음 일어나 시리얼을 먹고 버스 차고지로 출근하고 잠시 시를 쓰고 점심을 먹고 퇴근한다. 귀가해 아내와 저녁을 함께하고,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단골펍에 들른다. 패터슨의 고정된 일상이자, 루틴이다.


일상과 삶은 너무나 단조롭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일. 반복되는 습관들.


하지만 패터슨이 쓴 시를 듣다 보면 시와 일상은 비슷하다. 반복되는 속에서 세밀하게 다른 이야기들, 사람들, 사건들. 일상은 반복되고 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세세하게 느껴보면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대화 주제가 조금 다르고, 먹은 음식이 조금 다르고, 만난 사람도 조금 다르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운율을 살려주는 소중하고 세밀한 요소들이다.


일상은 반복되고, 자주 지루하다. 그렇기에 시처럼 일상을 느껴보자. 분명히 어제와 오늘은 무언가 다르다. 시 속의 운율처럼, 일상의 운율을 찾을 수 있기를. 일상의 운율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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