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고통 - 책<작별하지 않는다>

'정확히 보지 않는 편이 좋은 종류의 것 아닐까.'

by 결항


인간의 깊은 고통에 대한 책이다. 와닿는 고통에도 쉽게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깊이 몰두해 읽게 된다. 어떤 고통은 온전히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잊지 말아야 하는 고통임에는 틀림없다.


또 나무와 새와 눈에 대한 책이다. 사람 같은 나무들, 검은 나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두 개의 시야를 가진 가벼운 새가 내내 주변을 맴돈다. 새하얀 눈의 결정이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이 깊은 고통에는 눈이 있고, 나무가 있고, 새가 있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은 목적을 가진다고, 애써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낱낱이 실패한다 해도 의미만은 남을 거라고 믿게 하는 침착한 힘이 그녀의 말씨와 몸짓에 배어 있었다.'



'녹지 않는 그 눈송이들의 인과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꿰뚫는 가장 무서운 논리이기라도 한 것처럼.'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이것을 보고 싶은가. 병원 로비에 붙어 있던 사진들처럼, 정확히 보지 않는 편이 좋은 종류의 것 아닐까.'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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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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