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어디에 - 책<트러스트>

소설에서 자서전, 일기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by 결항


엇갈리는 다양한 이야기가 쌓일수록 진실을 갈망하게 된다. 어느새 이야기의 급류에 휩쓸려 진실을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끝내 어떠한 진실에 다다른다. 그토록 찾던 사실, 진실.


그러나 이것 또한 순수한 진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책 <트러스트>는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총 4편의 이야기를 담는다. 4편 모두 미국의 유명 자본가 부부인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1편은 자본가 부부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 2편은 남편인 앤드루 베벨이 쓴 자서전, 3편은 앤드루 베벨의 자서전을 대필한 여성의 이야기, 4편은 아내인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도 매우 독특하지만, 이야기의 흐름 역시 몰입도를 높인다. 각 편마다 화자의 다른 시선을 통해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에 대한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책은 자본가 부부의 집안 이야기로 시작된다.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의 가정사와 성장 배경부터 인물들의 성격과 사회적 역할, 성과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소설이 1편의 이야기다. (소설이기 때문에 주인공 이름은 가명으로 표기된다.)


그런데 2편인 남편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유독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아내 밀드레드 베벨에 대한 이야기가 1편 소설 내용과 정반대라는 것. 소설에서 아내는 명석하지만 어딘가 괴짜스럽고 심지어 나중에는 정신병을 크게 앓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자서전에서 아내는 뛰어난 내조와 부드러운 성품의 여성으로 묘사된다. 정신병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는 앤드류 베벨,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과 자서전은 큰 차이가 있다. 당연할 수 있지만 자서전에서 그의 성과는 금융가의 영웅적 서사로 표현된다.


3편은 자서전 대필을 맡은 여성 아이다 파르텐자의 이야기다. 파르텐자는 앤드루 베벨의 회사에 취직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자서전을 쓴다. 그리고 앤드루 베벨의 말을 통해 그가 아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며, 아내를 내조의 측면에서만 다룰 뿐 평가절하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녀의 성품을 알 만한 에피소드조차 없으며, 그저 자신의 그림자로 남긴다.


그리고 4편에서 아이다 파르텐자가 발견한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장이 공개된다. 죽기 몇 달 전 요양원에서 작성한 일기다. 몇 가지 기록을 통해 그녀가 어떤 병을 앓고 치료를 받았으며, 어떤 인물이었는지 보다 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앤드류 베벨의 여러 성과에서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가 승리에 있어서는 적극적 주체이지만 실패에 있어서는 수동적 객체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승리하는 건 우리지만, 실패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한 사람에 대한 허구와 사실이 뒤섞인 이야기들. 그 속에서 우린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 믿고 싶은 진실에만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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