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와 함께라면 -영화<퍼펙트 데이즈>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by 결항


미소와 눈물이 교차하는 하루하루들. 미소를 머금었지만 동시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의 얼굴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이건 정말 어쩌면 완벽한 나날들일까.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 도쿄의 공공 청소부 히라야마의 하루하루를 그린다. 혼자 사는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나 단정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집 앞 자판기에서 커피 한 캔을 뽑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집을 나서며 하늘을 바라보고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그의 일은 도쿄의 공공 화장실 몇 곳을 맡아 청소하는 것. 남들은 꺼리는 화장실 청소지만 그는 누구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한다. 다양한 청소도구를 가지고 꼼꼼하게, 자신의 집 화장실처럼 치우고 닦는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공원에서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나무 사진들을 찍는다. 평온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어느 날 그의 집에 조카가 찾아온다. 오랜만에 방문한 셈이다. 그녀는 히라야마의 출근에 동행한다. 삼촌이 성실히 일하는 모습을 살피고, 옆에서 돕기도 한다. 그의 집에서 며칠을 함께 지낸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던 조카는 "엄마가 삼촌은 우리랑 다른 세상에 산대"라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거든.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라고 답한다.


함께 바다에 가자는 조카의 말에 "다음에.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말한다. 조카는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그날 저녁 히라야마의 연락을 받은 여동생이 자신의 딸을 찾으러 집에 온다. 운전기사와 함께. 남매는 서먹하다. 여동생은 딸을 챙겨준 감사의 선물을 전하면서, 이런 곳에 사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히라야마는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떠난 후 그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의 하루들은 계속 이어진다. 아침 하늘을 향한 미소, 나무 사진, 목욕탕, 단골 식당, 단골 술집, 단골 책방... 조용한 그의 평온한 일상들은 외로워 보이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히라야마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의 하루는 원하는 일과 행동들로 가득 찬다. 그의 세상은 누군가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남다른 세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퍼펙트하다'라고 생각하는 세상이라면, 미소와 눈물이 뒤섞인 단단한 일상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완벽하다고. 그를 응원하고 싶다. 늘 미소도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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