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죽과 양배추 삶은 물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환절기만 오면 장염에 시달렸다. 엄마는 내가 탈이 날 때마다 잣을 빻고 쌀과 함께 오래 고아서 죽을 끓여 줬었다. 고소하고 기름진 잣죽과 병원에서 타 온 약을 먹으면 말끔하게 낫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의사가 장염에 걸리면 기름진 음식은 절대 안 된다고 견과류도 먹지 말라 했었다. 그래서 아니 내가 여태 까지 잣죽을 먹어왔는데 잣죽도 안되는가 물어보았더니 절대적으로 안된다 그랬다. 그 의사는 생야채고 과일도 생선도 고기도 짠 거 매운 거 밀가루 다 안된다 그랬으니까 사실상 먹을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아플 때마다 먹던 잣죽이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는 음식이라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양배추를 삶아서 그 물을 먹으라 했었다. 그 유명한 양배추 삶은 물. 고등학교 때 버섯이 자라던 대걸레 맛과 똑같을 것이다.
스무 살 중반을 나고 있는 지금도 환절기만 되면 장염에 식도염까지 더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