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레터 클럽_레터 프롬 테이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지면서도 점점 더 좋아진다. 침대 밖을 빠져나오는 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조금만 일찍 빠져나와도 바깥은 아직 컴컴하다. 아침 활동의 장점 중 하나는 날이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데, 요즘은 6시에만 일어나도 볼 수 있다. 한여름엔 5시에 일어나도 바깥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으니 4시에 일어나야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 일찍 일어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알람이 울리거나 내가 조금만 뒤척이면 다섯 마리 고양이들 중 하나가 기지개를 부르르 켠다. 몸을 풀고, 하품도 쫘악 한 후 나와 남편의 몸 위로 올라가 귀에 대고 울 준비를 한다. 더 자고 싶으면 남편이 겨우 일어나 밥을 주러 가기를 기다리고, 일찍 일어나고 싶으면 남편이 깨기 전 얼른 고양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간다. 밥을 만족스럽게 먹고 나면 고양이들은 다시 따뜻한 곳을 찾아가 잠에 든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이불을 둘러쓰고 책상 앞에 앉는다.
오늘은 점심 식당을 운영하는 날이라 일찍 출근한다. 남편을 7시에 깨우고, 침대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고양이들과 조금 놀다가 8시가 되기 전 집을 나선다. 나는 출근 전 1시간이라도 내 시간을 가지는 걸 좋아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5시 알람이 울리기 직전 눈을 뜨고 얼른 알람을 껐지만 고양이가 먼저 알람을 울렸다. 귀여워.
모닝 레터 클럽을 운영하는 날에도 5시경 일어난다. 일어나 세수만 간단히 하고 적당히 옷을 주워입고(나는 정말 옷에 관심이 없다...) 5시 반 전에 집을 나선다.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가게에 도착하면 부지런히 가게를 아늑한 공간으로 만든다. 가게를 열고 모든 아늑한 공간은 누군가의 부지런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을 켜고, CCTV 알람을 끄고, 아무리 추워도 10분 이상 환기 먼저 하고, 입구에 인센스를 피우고, 창문을 닫고 히터를 켜고, 오븐을 켜서 쿠키를 굽고, 커피를 내리고, 찻물을 끓이고, 설탕이나 머그컵, 수저와 그릇 등을 세팅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화장실에 화장지와 티슈, 손세정제등을 채워넣고, 음악을 틀면 어느새 6시 40분이다. 아침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출입문을 열어둔다.
그럼 6시 50분부터 7시 10분까지 천천히 한 분 한 분 잠이 조금 덜 깬 얼굴의 사람들이 도착한다. 처음 1시간은 각자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공부를 하는데, 이제 각자 선호하는 지정석 같은 것이 생겼다. 원하는 자리에 가방을 놓고 주방으로 와 준비해둔 커피나 차, 쿠키 등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로 간다. 불참하는 분들은 미리 연락을 주시기 때문에 정확히 모든 분이 가게에 들어오고 나면 나는 출입문을 잠그러간다. 아직 바깥이 컴컴하고 거리는 고요한 시간, 우리만의 조용한 성역에서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한다.
나도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지만 참가하는 분들에게도 그런가보다. 지원사업을 받아 무료로 시작한 모닝 레터 클럽인데, 다음 달부터는 지원이 끊긴다. 새해엔 보통 새로운 지원사업이 시작되니 그때 다시 무료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2월엔 유료로 진행해보려고 한다. 무료이건 유료이건 꾸준히 아침에 모여들고 싶은 분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건 무척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7시다. 이제 커피를 내리고 남편을 깨우러 가야지. 내일은 아침 일찍 혼자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북토크를 하러간다. 내일 아침의 내 시간은 기차 안에서 보낼 수 있겠다. 가방이 무겁겠구나. 가지고 다니고 싶은 게 많으니 팔 힘을 더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