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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Mar 11. 2024

EP16) 나를 싫어하는 손님들에게,

까랑까랑한 목소리도, 움직이는 발 걸음도 모두 거슬리는 사람.

“야. 쿵쾅거리지 말고 나가.”


서비스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불합리한 일을 경험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 혹은 내가 사랑받지 못 할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생겨나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다 라는 의미 하나로 ‘돈’을 받는 사람들을 하대하는 경우가 자주있어요.

손님들은 요즘 제게 와서 제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하세요. ‘사장님은 구김없이 산 티가 엄청 나요. 늘 이렇게 긍정적이고 해맑기 어려운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사장님만 보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요! 어떻게 그렇게 늘 활기차세요?’. 원래부터 활발한 성격에 말도 많고 어려운 일들은 (털어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묻어두는 편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해맑고 긍정적이며 활기찬 사람으로 보여져요. 하지만, 이런 제게도 견디기 어려운 일들은 종종 일어난답니다.


그래서 이야기해볼까해요. ‘나를 싫어하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요.

아마 제게 이런 상처를 준 사람들은 저를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고 ‘내가 그런 소리를 언제했어요?’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가 기억하고 상처받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볼까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있죠. 저는 사실 그 말을 무척이나 맹신하던 사람이었어요.

어렸을 때 부터 울음도 많았지만 웃음도 그만큼 많아서 동네를 뛰어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꺄르르- 돌아다녔더니 어느 순간 동네에는 소문이 나 있었죠. ‘아니 거기 남색기와집 손녀는 어쩜 그렇게 잘 웃고 예뻐?’ 하며 말이죠. 항상 어디를 가던, ‘아유, 웃는게 참 예쁘네-’ 하며 칭찬해주고 좋아해주는 분들만 만나왔더니 더더욱 저 말을 맹신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웃음이 누군가에게는 ‘아니꼬운’ 행동일 수 있다는 경험을 했어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계산대에서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후다닥 달려가서 웃으며(깔깔X, 안면미소 O) ’5만2천원입니다~‘하고 손님이 카드를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손님은 지갑을 열다가 멈추고 저를 뚫어져라 보시더니 한 마디 하셨어요.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쪼개요? 내가 웃겨요?“

 그때 제 심정을 알려드리자면, 정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평생을 믿어왔던 신념이 깨지면서 ‘웃는 얼굴을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두려움.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얼굴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워졌죠. 하지만, 그 손님은 어떤 대답이라도 기다렸는지 저 말 이후에도 저를 한참 쳐다보시더니 ‘쯧-’하는 소리와 함께 카드를 주시고는 계산이 끝나자마자 나가셨죠. 물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시는 손님 뒷모습을 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안녕히가세요…’만 웅얼거릴 뿐이었어요. 그런 적나라한 적의는 그 때 처음 느껴봤던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에게,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방비한 상태에서 날 것으로 당하는 적의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운 것이었죠.

그 뒤로 몇 년 동안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 웃지 못했어요. 똑같은 일을 또 겪고싶지 않다는 트라우마가 생긴거죠.


저를 보며 ‘예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요.(정말 아-주 간혹가다가! 제 생김새가 그 분들의 마음에 들었나봐요!)

3~4명 모임으로 오셔서 주문을 하실 때 한 분이 저를 보며 ‘사장님 왜이렇게 예뻐요…?’ 하며 감탄 비슷한 얘기를 해주시면 저는 ‘헉..! 감사합니다..!’하며 대꾸하죠.

그러면 그 옆에 있는 일행분은 좋지 못한 표정으로 저를 위 아래로 살펴보는게 느껴져요.

저희 카페는 34평이지만 트여있는 구조라서 이야기 하는 소리가 잘 들려요.(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한가하면 소리가 어쩔 수 없이 들린답니다!) 저를 좋아해주시던 손님은 자리에 앉아서도 일행분들에게 ’여기 사장님 너무 예쁘시다!‘속닥거리며 이야기하시면 저를 살펴보시던 분은 한 마디 하세요.

“저거 다 고친거야. 딱보면 아는데 그걸 몰라? 쌍커풀도 하고 다 했더만.”

제게 오셔서 ‘사장님 쌍커풀 어디서 하셨어요?’ 하고 물어보시거나 하면 ’저 고친 곳 없어요…!‘하고 대답하겠지만, 그런게 아니니 나서서 설명할 수도 없는거죠. 사실 이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해요. 아직 젊고 활기찬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예쁘다’며 표현해주시면, 일행분들은 저를 아니꼽게 여기며 고친거다, 너는 저게 예쁘냐, 젊어서 그런거다 등등의 이야기로 받아치시곤 해요. 흠, 사실 이런 종류의 악의는 조금은 견디기 어려워요. 학생 시절 ‘야 쟤가 너 좋아한다는데?’ 하고 소문이 퍼지면 ’내가 고백을 받은것도 아닌데 이걸 거절 할 수도 없고 수락 할 수도 없고‘하는 안절부절의 느낌이랄까요. 그래도…한 분은 나를 좋아해주시니까- 하는 생각으로 견디며 애써 웃으며 넘어간답니다.


제가 최고로 많이 나갔던 몸무게는 60키로고, 고등학생때는 55키로가 넘으면 뚱뚱하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운동을 하지 않고 굶어서 뺏으니 조금만 체지방이 불어도 뱃살이며 종아리며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왔죠.(얼굴을 말 할 것도 없고요!)

55키로를 찍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 식당에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루 도와주러 간 날이 있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신발을 벗고 아빠다리를 하고 먹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 앉은 손님들에게 서빙한다고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하며 바쁘다 바빠! 하며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렇게 음식을 드리고 나가려는데 손님이 뒤에서 ‘아-씨’ 하시며 저를 쳐다보시더니

“살살다녀요 쫌. 도대체 왜이렇게 쿵쾅거려? 쿵쾅거리지말고 살살, 뒤꿈치 들고. (슬쩍 훑어보더니) 몸이 무거워서그런가.“

17살, 사실 무척이나 외모와 몸무게에 예민할 나이에요. 그런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저 말을 들었다는게 얼마나 충격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사실 쿵쾅- 거렸다는 말은 지금 생각해도 과한 이야기였죠. 그저 제가 그 손님들 뒤로 음식을 나른다며 돌아다닌게 싫었던 거고, 슬쩍 보기에도 약간 통통해보였던 제가 거슬리셨나봐요. 제가 나가고 그 방 문을 닫으면서 들어보니, 그 안쪽 사람들은 방금 일로 서로 깔깔거리며 웃고있었죠.

그 뒤는 당연하게도, 저는 주방 구석에 앉아 엄청나게 울었어요.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물 밀듯 밀려왔죠.

그리고 그거 아시나요? 그 남자손님 3명은 작은아빠 친구분들이셨어요. 제가 조카인줄 모르고, 그저 알바라고 생각해 저렇게 말씀하신거죠. 집으로 돌아가실 때 쯤 제가 작은아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조카야…?’ 하시더니 거듭 미안하다며, 자신들이 말실수했다며 사과하고 가셨어요. 물론 저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죠.


물론 이거 말고도 더 다양한 일들이 있지만 이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말은..후후….[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 두둥 탁-

저는 사실 제 목소리에 엄청 자신이 없는 사람인데요. 톤도 높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라서 더더욱 그렇게 느끼기도 하고, 예전에 한 손님이 저한테 ‘말 좀 그만하시면 안돼요…? 너무 시끄러워요’ 하고 말하신 이후로 더 이런 생각이 커진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모두 다 가시기 전에 제게 은근슬쩍 오셔서 말하세요.

“사장님…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성우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제 직업은 오늘부터 성우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존감도 많이 낮고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제가 손님들의 칭찬 한 마디에 용기가 샘솟고 스스로를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저 여유로운 표정처럼 느긋-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만.


+다음 이야기는,

조금은 더럽고 조금은 은밀한 저희 카페 화장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오늘 구렁이 3마리를 보고 와서 그런지 심적으로 매우 진지하게 작성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팍- 왔습니다.

일단 뚫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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