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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쐐기벌레의 충고

by 이용만 Mar 02. 2025

 명작에 걸맞은 삽화가 이야기를 압축하여 더욱 인상적이다. 빅토리아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은 바 있는 당대의 시사만화가인 존 테니얼이 그렸다. 빨간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그림 못지않게 쐐기벌레가 버섯 위에 주름진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물담배를 빨아대는 그림이 특히 그랬다. 

 지난봄 옥상에 키우던 상추잎에 돌아다니던 애벌레들은 하루가 다르게 굵어져 이미 노인이 되어 주름진 몸을 절반쯤 일으키거나 물담배를 빨아대며 미동도 않다가 나비가 되어 사라졌다. 마디마디 구불구불 기었던 초록 물컹한 몸으로 번데기 나비로 환생하는 쐐기벌레가 키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해 훌쩍거리던 앨리스에게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물을만했다. 쐐기벌레는 앨리스에게 좌우의 버섯을 먹으면 키를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충고하고 떠난다.

 1855년 옥스퍼드 대학 수학교수이자 성직자인 챨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총장의 딸 앨리스 리델을 만난다. 7년 후 소녀들과 템즈강 뱃놀이때 해주었던 앨리스의 꿈 이야기가 1865년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다. 루이스 캐럴은 빅토리아왕조의 기인으로 근대 아동문학의 확립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책을 소개하는 서문을 읽으면서 네 명의 작가들이 함께 연상된다. 아일랜드 성직자였던 조너던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 1726년 출간, 커러 벨이라는 남자 필명을 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1847년 출간,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1837년 출간, 오스트리아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1900년 출간되었다. 이들 작품은 은퇴 후 다시 찾은 책이기도 하지만, 성직자 필명 동화 과학자라는 키워드를 함께 떠오르게 한다.   

 

 언덕 위풀밭에서 책을 읽고 있는 언니옆에서 졸음에 빠진 앨리스는 토끼굴에 빠져들고 풍자와 유머가 가득한 상상의 세게를 모험하고 돌아왔다. 언니에게 꿈속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주곤 책 속의 모자장수처럼 차 마실 시간에 늦지 않으려 집을 향해 달려갔다. 

'으쓱 쿵작' 춤이 멋진 모자장수 해터와 3월의 토끼는 모두 미쳤어. 토끼는 3월 발정기 때 행동이 거칠고 사나워진다. 모자장수의 시계는 항상 6시에 고정되어 있어 차 마시는 시간을 살뿐이다. 앨리스는 흰 장미에 빨간 물감을 칠하는 정원을 들러 카드로 만들어진 여왕의 궁에서 고슴도치인 공을 홍학의 목으로 쳐대는 크로케 게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피자를 훔친 범인을 재판하는 엉터리법정에서 목을 베라는 셀 수도 없는 여왕의 명령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잠을 깬다.

 이번에는 언덕 위에서 노을을 바라보다 깜박 잠이 든 언니가 동생이 다녀온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뒤엉켜 일어나던 일임을 깨닫게 되면서 잠이 깼다. 어른이 되어서도 동생은 제 꿈속에서처럼 기뻐하고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려나 생각에 잠기었다.


차례 

1 토끼굴로 떨어진 앨리스 (우물 같은 구덩이에서 매우 느리게 떨어지는)

2 눈물의 바다 (앨리스가 흘린 짠 눈물바다에 빠진)

3 코커스경주와 갈고 긴 이야기 (젖은 옷을 빨리 말리는 경기)

4 토끼의 심부름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갔다가 벌어진 일들)

5 쐐기벌레의 충고 (꿈속에서 적응하기 시작하다)

6 돼지와 후춧가루 (후춧가루로 우는 돼지 아기와 웃는 고양이 체셔)

7 미치광이들의 티파티 (3월의 토끼와 모자장수 해터)

8 여왕의 크로케경기장 ((하얀 장미정원과 카드병정들 고슴도치 공과 홍학 스틱)

9 못생긴 자라이야기 (그리핀과 슬픈 자라 이야기)

10 왕새우의 카드릴춤 (왕새우 수프)

11 누가파이를 훔쳤지 (여왕의 재판정 증인과 배심원) 

12 앨리스의 증언 (앨리스의 목을 베라는 여왕의 명령)


https://youtu.be/NQvUSAzUtWk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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