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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ug 22. 2019

아들만 둘인 게 뭐가 어때서?

가끔 속이 좀 터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첫째 아들이 3~4세 무렵 주변에서 둘째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한창 시달릴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똑똑한 부모는 하나만 낳는다> 같은 책을 읽어가며 그래, 하나만 잘 키워보자 라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을 때였다.

어서 빨리 둘째를 낳으라는 주위 사람들의 참견에 “외동으로 키울 거예요” 이런 답변보다 다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섞는답시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둘째도 아들이면 어떡해요? 키워주실 거예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산부인과에서 둘째의 성별이 아들임을 확인하던 날 남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망했다 ”


이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도

가끔씩 조언을 가장한 위로를 심심찮게 듣는다.


“아휴, 아들만 둘이에요? 힘들어서 어떡해요. 딸 하나 꼭 낳아요~”


물론 추가로 딸을 낳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이번에는 진짜다)

아들만 둘인 상황이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까지 위로를 받을 상황인지 처음에는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뭐, 나 자신조차도 과거 둘째도 아들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하면서 다소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키워보지 않았으니 감이 없었던 것 같다.

누구네 집 아들은 집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TV를 깨 먹었다더라,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네에서 뛰어내려 팔이 부러졌다더라,

방 문을 발로 차서 문이 주저앉았다더라...

여기저기서 전해 듣는 아들 괴담(?)을 들으면서도 우리 아들은 다를 거야,

모든 아들이 다 그런 건 아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요즘 한창 자아가 생기고 있는 여섯 살 첫째 아들을 키우면서,

그것도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집 근처 공터에 풀어놓으면

말 그대로 비글처럼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작년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올해 부쩍 많이 크면서 남자아이의 특성이 눈에 띄게 커졌다.

하얀 솜털만 있던 다리에 가늘고 어두운 색의 털이 나기 시작했다. (벌써!)

블록놀이에 심취해 있는 것은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하지만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는 놀이(배틀)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요즘은 공룡 장난감으로 말고 직접 몸으로 배틀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항상 져줘야 한다...)


최근 방영한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 편을 시청했는데

요즘 내 생활이 그대로 오버랩되어 굉장히 공감하면서 보았다.

아직 둘째는 어리긴 하지만 금세 커서 형과 함께 시너지를 낼 날이 멀지 않았으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놓으려고 한다.

아들만 둘이라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한번 생각해볼까?


단점 1. 층간소음에 신경을 쓰게 된다.

얌전한 아들도 있겠으나 대부분 활동량이 많고 에너지가 넘쳐서 아무리 뛰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거기에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면, 서로 몸으로 놀기라도 한다면!!

참고로 우리 집의 위층에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래층에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 최근 바닥 시공용 두꺼운 안전 매트로 거실 전체를 덮었다.

그래도 아마 향후 5~6년 간(그 이상일지도?) 내 입에서는 “뛰지 마!!” 가 자동재생 응답기처럼 흘러나올 것 같다.


단점 2. 목소리가 커진다.

<소리 지르지 않고 우아하게 아이를 키우는 법> 같은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첫째가 어릴 때는 그런 책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귀여운 아이에게 소리 지를 일이 뭐가 있다고?” 하는 생각으로 자만했더랬다.

다섯 살 까지는 엄마가 조금만 소리를 높여도 바로 꼬리를 내리던 아들이 여섯 살이 되면서 변했다.

웬만큼 큰 소리에는 반응도 하지 않고 험상궂은 표정과 약간의 무력(손목을 세게 잡는다던지)을 가해야지만 행동을 멈췄다.

“엄마 말이 안 들려?? 안 들리니???”라고 소리치면 그제야 “아니, 들리는데. 알았어 알았다고~ “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단점 3.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엄마인 내가 다소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여섯 살쯤 되니 어린이집에서 배운 성교육 지식이나, 자신의 관찰 등을 활용해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엄마, 우리 집에는 아빠랑 나랑 동생은 다 남자인데 왜 엄마만 여자야?”

이런 식으로 엄마와의 구별 짓기를 한다고나 할까.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한 점은 의외로 남편의 육아 방식이 잘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하기 싫어할 때 나는 상황설명을 먼저 하고 설득을 하는 편이라면,

남편은 남자들끼리 통하는(?) 방법 같은 것으로 간단하게 상황을 제압한다.

예를 들면 경쟁을 붙인다던지, 맛있는 간식을 미끼로 나만 먹어야지~ 하고 놀린다던지 등등.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볼 때마다 남자와 여자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장점.


음... 목욕탕이나 수영장을 갈 때 편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음...

아마도 다 키워놓으면 든든할 것이다. 아마도...


제목은 아들 둘인 게 뭐 어때서,라고 썼지만

쓰고 보니 내가 요즘 힘이 들긴 했나 보다.  

그래도 나와 다른 성별의 아이 둘을 낳아 기르는 것은 색다른 재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똑같은 일을 마주하고 있을 때 전혀 다른 사고가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태생부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 모습을 주변인으로 ‘관찰’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엄마로서 적극 개입해야 하니

다소 속이 터지긴 하지만, 어쩌겠나 내 아이들인 것을.


열린 마음으로 엄마와 다른 남자아이들을 이해하며 살아가기.

내 삶의 커다란 도전 과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제는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 함께 살아가다 보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아직 둘째가 어리니까 지금부터 마음 좀 단단히 먹고,

아들 둘과 즐겁게 살아가는 법을 연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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