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전역할 당신들에게
전역하자마자 인도 가서 살아남기를 마치며
'전역'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동기들끼리 서로 전역날에 상황 터지고 전쟁 날 거라 전역 못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전역날은 어느 날과 다른 것 없는 똑같은 날이었습니다. 가을 낙엽에 떨어지고 서늘한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10월, 저는 전역했습니다. 군대에서 누구보다 인연을 중시했었는데, 앞으로 희로애락을 같이 느꼈던 전우들을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깐 남들과 같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딸깍"
이제는 '사회의 나' 스위치를 켜야만 했습니다. 이제부터 봐주는 것 없다는 가족들의 말을 들었을 땐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군대도 갔다 오고, 앞으로 사회적으로 제약을 받는 건 없었습니다. 뭐든 일은 제가 하기에 따라 달랐습니다. 동기부여도 없이 무작정 열심히 살라니깐, 막막했습니다. 저의 가슴을 뛰게 해 줄 멘토, 어떤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브런치 북은 곧 전역할 군인들이
"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라는 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생활관에서 '태어나서 세계일주 인도 편'을 보며 제가 기안 84보다 더 재밌게 여행 유튜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하려고 했지만, 액션캠을 들고 다니면 인도인들이 너무 몰려들고 제가 성실하지 못해서 기록이라도 남기고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전역했으니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말만 하고 저희에게 큰 동기부여는 주지 않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모아놨던 군적금이 아깝기도 하고, 돈 쓰면서 고생할 바엔 주변 애들처럼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이나 더 모아야겠다는 친구들이 제 주변에는 많이 있었습니다. '돈 쓰고 고생하고 온' 사람은 주변에 없었습니다. '돈 쓰고 고생하고 온' 저로썬 2달간의 여정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만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언제 인도에서 사기당할 때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도와주는 경험을 해보고, 언제 안전장치도 없는 낙타를 1시간 타면서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덜덜 떨어보고, 언제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와 보겠습니까. 고생했던 기억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고, 그 기억은 나중에 시련이 찾아와도 저를 견디게 해 줄 것입니다.
주변엔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돈 쓰고 고생하고 온' 기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유튜버가 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튜버들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평범하고 찌질한 사람의 기록이 저한텐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시작해 봤습니다. 저처럼 무작정 여행해도 즐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생활관, 싸지방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전역하자마자 바로 여행 떠나는 건 어떠십니까? 언젠가 여행을 간다면 무모하지만 재밌었던 여러분들의 기록들도 공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돈 쓰고 고생하고 온' 사람들의 기록들이 많이 쌓이다 보면 부대에서 여행을 꿈꾸지만 가지 못했던 군인들이 여행을 더 많이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여행이 전역 이후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 군인들 모두 응원하고 전역 후의 삶도 잘 풀리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