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하나 둘.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이마에 땀이 흘러요.
오늘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요?
티셔츠를 꾸깃꾸깃,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선생님이 짝꿍을 정해줬어요.
제 짝의 이름은 지윤이에요.
“지윤아, 안녕.”
지윤이는 목소리가 커요.
지윤이는 하트 스티커를 좋아해요.
지윤이는 분홍색을 좋아해요.
지윤이는 자기와 닮은 친구를 좋아하네요.
저 뒤에 있는 친구는 키가 엄청 커요.
우리 아빠만큼이나 큰 것 같아요.
제가 저 친구라면 아빠와 눈을 보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코, 시끄러워.
쿵쾅쿵쾅.
저 친구는 목소리도 발소리도 엄청 시끄럽네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저에게 다가와요.
학교 끝나고 같이 축구를 하고 싶대요.
축구라면 저도 좋아해요.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자리로 돌아갔어요.
어쩌면 시끄러운 친구와 친해질 수도 있겠어요.
방금 임시 반장이 정해졌어요.
임시 반장의 이름은 소율.
소율이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양 갈래머리를 했어요.
소율이가 친구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말을 해요.
“지금부터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아이코, 소율이가 줄에 걸렸어요.
낮은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와요.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세요.
“괜찮아, 다시 시작해 보자!”
하나 둘, 하나 둘.
아이코, 이번에는 제가 걸렸어요.
친구들의 탄성이 다시 시작됐어요.
이런,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뜨거워져요.
친구들이 조용해지자 용기 내 말을 했어요.
“다시 할 수 있어, 다시 해보자.”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초록색 코트를 입고 차가운 흙바닥에서 낯선 어른의 지시에 따라 낯선 또래 친구들과 나란히 서있던 추운 겨울날의 입학식을.
그 시절 나는 단체생활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결국 다 같이 움직이고 다 같이 밥을 먹고 다 같이 공부를 해야 했던 초등학교생활에 끝내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세 번의 전학을 다니며 마지막 1년을 버틴 학교에서 힘겹게 졸업을 했다.
흔히들 학교란 작은 사회라 한다. 사람을 사귀는 방법, 싸우고 화해하는 방법,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이곳에서 배우고 익힌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생각만큼 친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나보다 월등한 친구를 만나 기가 죽기도, 혹은 귀감으로 삼기도 한다. 어쩌면 절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친구와 뜻밖의 사건으로 친해지기도 하며, 뭐든지 잘하고 매사에 당당할 것 같은 친구의 실수를 목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며 같이 야유를 할 때도, 같이 극복을 할 때도 있다. 혹은 나의 실수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낯선 것을 극복해 나가는 미래의 어른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