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상가의 세탁소에서 나는 까다로운 손님으로 낙인찍혔다.
내가 가진 옷이 고가의 명품은 아니지만,
나는 옷을 많이 아끼는 편이다.
(스웨터 같은 옷은 옷걸이를 더 신경 쓴다든지, 티셔츠를 걸 때는 목 늘어남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서부터 옷걸이를 집어넣는 등)
그래서 세탁소에 맡기는 옷도 적지 않은데,
처음 거래하는 세탁소라면 항상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시작은 중학교 때,
정~말 아끼는 남색의 펄럭이는 치마가 생겼다.
명동에서 구매한 약 35,000원짜리 면 치마였다.
너무 아낀 나머지 그 치마를 사고 가정용 세탁기가 아닌 세탁소에 맡겼는데,
찾으러 간 날 거의 울 뻔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강렬한 슬픔이었다.
이유는
내 소중한 치마 안쪽 상표에 000동 000호라고 매직으로 크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큰 충격과 좌절을 느낀 나는 당장 엄마에게 가서 일렀는데,
엄마는 옷 안쪽에 있는 건데 누가 신경이나 쓰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내가 보는데!
입을 때마다 보는데!
이 치마는 상표까지 귀여운 게 매력인데!
내 소중한 치마에 낙서가 되어 있다고 세탁소에 말하고 싶었는데,
혹여나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엄마에게 대신 부탁을 했다.
그 후 엄마는 세탁소를 이용할 때마다,
“어휴, 우리 둘째 딸이 너무 예민해서,
동, 호수는 매직 말고 핀으로 꽂아주세요~”라고 말하며
세탁소 사장님과 협상해 주었다.
이사를 가서도,
세탁소 이용 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매직을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가 되었다.
지금도 우리 집 식구들은 어떤 옷이든 세탁소에 들고 가면,
“둘째 딸 거?”
하고 되묻는 질문을 받는다.
+ 꽃이 피는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