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우리 집에는 12살 된 닥스훈트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막내.
막내는 산책을 꽤 좋아하는데 주로 아파트 공원을 찾는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5분만 산책해도 집에 가자고 주저앉는다.)
그리고 막내는 참는 걸 잘한다.
1살 때부터 “막내야, 목욕하자!” 하면 도망가지도 않고 드라이까지 꾹 참는다.
이렇게 잘 참는 막내가 가장 기특한 순간은
의사 선생님 앞에서다.
검진이 필요한 날은
“막내야 산책 가자” 하고 위장 외출을 한다.
(어차피 병원 가자는 말은 못 알아듣는다.)
몇 번이나 와봤으니 별로 재밌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 만한데도,
막내는 바보인지 병원 안까지 신나서 들어간다.
그리고 선생님의 검진이 시작되면 전신마취라도 당한 것처럼 가~만히 있고,
선생님께서 “이 주사는 꽤 아파요” 하고 얘기를 하는데도
가~만히 혼자서 잘 맞는다.
엑스레이를 찍어도 가~만히
피를 뽑아도 가~만히
선생님께서도 막내가 정말 얌전하다며 칭찬을 아낌없이 해준다.
그런 막내인데도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병원 입구에 비치된 장난감 코너 앞에서이다.
다리도 짧은 녀석이 머리 꼭대기 장난감들은 어떻게 봤는지 하나 건네줄 때까지 힘을 주고 주저앉는다.
(입에 물고 도망가려고 한 적도 있다.)
강아지 장난감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지만,
장난감은 병원 입구보다 안쪽에 있었으면 좋겠다.
막내가 너무 창피해서리…
+ 고양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