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날씬 요가

by 장서윤



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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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날씬 요가’는 초등학교 때 태권도 이후로 처음으로 장기 등록한 운동 학원이다.


모든 처음이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시작에 힘을 주는 스타일이다. 자전거를 시작하면 자전거와 헬멧, 보호대, 조명, 자전거 가방, 자전거에 어울리는 옷까지 다 갖춰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요가도 그랬다. 나 자신을 너~무 잘 알아 이번에는 오버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생각만.


학원을 등록하러 간 날, ‘처음 한 달은 학원에 비치된 옷으로 입다가 계속 다니게 되면 옷을 사야지’ 하고 다짐했다. 원래의 나라면 옷부터 사고 등록하러 갔을 텐데 이건 엄청나게 달라진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다짐을 한 번만 하면 될 것을, 매번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다 보니깐,


더 못 참게 됐다.


선생님의 동작보다는 요가복만 보이고,

맨 앞줄에서 요가를 하는 다른 회원들의 옷만 보이고,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은 너무 남루해 보이고,

옷 때문에 내가 취하는 동작이 더 안 보이는 것 같고,


그러다 2주째 되는 날,


고개를 푹 숙이는 동작에서 펄럭이는 옷에 갑갑함을 느끼고, 쇼핑 욕구가 폭발하고 말았다.


(2주 동안 정말이지 매일 참았다.)


그렇게 기본 디자인, 홀터 넥 스타일, 레깅스, 넉넉한 핏의 바지 등 일주일에 3번 수업이니까, 3가지 스타일로 요가복을 구입했다.


요가복을 주문하고 첫 주는 아직 옷이 안 왔으니까, 나에게 주는 휴식으로 깔~끔하게 한 주 수업을 스킵하고,


요가복이 도착하고 첫 수업 날,

그날은 정말 다른 때보다 거울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수업 전에 스트레칭도 더 하고

약간 프로페셔널한 표정으로 운동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음날, 또 다음날.


새로 구입한 요가복을 한 번씩 다 입고 나서는 요가에 흥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예견된 상황이었을까. 마치 ‘힘든 운동을 하는 나 자신을 위해선 더 큰 자극이 필요해!’를 외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요가복을 입고 요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감정동 사람들> 편집자님은 이번 달이면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째라고 하는데, 지금 이 글을 보신다면 나란 사람을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폊집자와의 Q & A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저란 사람을 어떻게 보셨나요?


적절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장서윤 작가님도 알다시피 <감정동 사람들>을 출간하기까지 제가 시간을 엄청 끌었지요?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책이 나오기까지 아마 2~3년은 걸렸던 것 같네요. 그림책 하나 만드는 데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가 않네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엄청 공을 들이느라 그랬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너무도 많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더 공을 들이겠다는 게 이유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많아졌습니다.


그림이 살짝 마음에 안 들어서, (필요한 만큼 충분히 수정했지만)

글도 조금 더 재밌었으면 좋겠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지만)

출간 일을 뒤로 미루는 게 홍보에 더 유리하니까, (물론 근거는 없다.)

출간 행사 관련 굿즈도 제작해야 하니까, (이 핑계로 6개월 이상 시간을 끌었던 것 같다.)

갑자기 다른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은 상식이니까.)

디자이너가 외국을 가서, (디자인 작업은 외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환절기를 지나며 심한 감기가 걸려서, (출간을 뒤로 미루기 위한 꾀병은 절대 아니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아이를 더 잘 돌봐야 해서, (물론 아이는 알아서 잘 컸다.)

기타 등등...


이런 제가 장서윤 작가를 감히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네요.


요가를 1년째 꼬박 다닌 이유요?

그건 아마도 절박함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딱 1년 전에 나이 먹은 제 몸이 살짝 안 좋아졌거든요.

그전까지는 저도 주변에서 운동해야 한다는 말을 엄청 들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한 적이 전혀 없어요.

지금도 요가를 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다음부터 나오지 말까?’




+ 편안한 몸과 불안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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