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그림을 작업하던 중
도저히 집에서는 완성이 안 되겠다 싶어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작은 카페 CHUNZA
로 노트북, 공책, 다이어리 등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갔다.
기분 좋게 홍시 스무디를 한 잔 주문하고
달그락달그락거리는 백색소음을 들으며
복층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의 첫 손님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잠시 동안 작업자의 분위기에 심취했다.
직접 복층까지 가져다주시는 황송한 서비스를 받으며 홍시 스무디를 살짝 들이켰을 때였다.
정신없이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웅성웅성 얘기를 주고받는 한 무리가 들어왔다.
손님 1 : 뭐 먹을래?
손님 2 : 나는 그냥 아메리카노
손님 3 : 나도 그걸로
손님1 : 여기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3잔이요.
사장님 : 네, 나오면 직접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공간이 너무 적막해서였을까,
깔끔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통일한 주문에
묘하게 집중하게 되었다.
어디 앉지?
어디 앉지?
타닥타닥타닥타닥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지
나도 손님인데 마치 숨바꼭질하다 걸리기 직전처럼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인기척이라도 내야 하나 생각한 순간
3명의 손님이 2평 남짓 아주 좁은 복층 공간에 도착했다.
차라리 노트북이라도 보고 있을걸
아주 잠시 3:1 눈싸움을 하게 되었다.
3명의 손님도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잠시 침묵 후 중앙 공간에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사람 한 명 있다고 다시 내려가기도 그렇고,
내려간다 해도 아래 공간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눈치였다.
약간의 대치 상황에서 손님 1이 한숨과 함께 말문을 텄다.
“하아,
그래서 하윤이는 뭐 시킨다고?
그날 모임에서 그러더라고….”
그들의 토크 주제는 아이들 교육
약 10분 만에 그들의 신상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3명은 학부모회 간부들이며, 이 카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자녀를 두고 있다.
요즘 준혁이라는 친구가 문제가 많으며,
하윤이는 바이올린, 영어, 수학, 발레 등 안 받는 사교육이 없고, 공부도 1등,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1등인 친구다.
그 와중에 지윤이 엄마는 학부모 회의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마음이 심란한 상황.
이들이 마음먹고 나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면 상황이 이렇다.
점점 그들이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런 얘기까지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남의 집 TMI를 약 2시간 가까이 듣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의 자녀 이야기에 몰입했을 때
문득 깨달았다.
오늘 춘자 커피 완성
* 이야기 속 아이들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 지어낸 가명입니다. *
*아래 그림은 그렇게 완성된 페이지다.*
+ 고양이 똥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