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12 - 나름의 생활 속 교육
도쿄에 가서 살아보기로 결정하고 어디서 살지 고민하며 구글 맵을 켰다. 도쿄 중심지로부터 너무 멀지도 않고, 우선 조용하며 되도록이면 공원이 많은 곳으로! 지도를 확대-축소-확대-축소- 오! 드디어 초록색도 많고 바다도 가까운 한 지역을 발견했다.
"딱 여기네-!" 두근두근-!
그렇게 나는 도쿄 동쪽의 에도가와라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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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살고 있는 도쿄의 한 동네에는 어린이가 많은데 아마도 근방에 초등학교가 몇 군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만큼 안전한 동네라는 뜻이겠다. 나는 보통 재택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오고는 한다. 이럴 때면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인 어린이들이 많이 보인다. (부럽다.)
여름이 되면 잠자리채를 들고 작은 하천 옆을 걸어 다니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서울 출신인 나에겐 이게 참 신선한 풍경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도 곤충채집 보단 게임보이, 오락실 킹오브, 미니카, 다마고치 세대였기에 (시골 정도는 가야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아직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게 엄청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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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가 아주 짧은데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있는 곳들이 있다. 좌우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 차도 없고 / 그냥 조용한 평일 오후라면 무단횡단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오히려 그게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심리적으로 고민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호하게 어쨌든 신호는 잘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죠?
난 그저 평범한 녀석이라 급할 때는 주변에 차도 없고 뭐 쪼그마한 동네니까 그냥 건너기도 했지만 이 동네에 살고 나서부터는 낮시간만은 확실하게 신호를 지키게 되었다. 왜냐면-!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빨간불에 건너는 나를 보고
"아~ 빨간불에 건너는 거구나~ 에이 뭐야 학교에서 잘 못 가르쳐줬네!"
이렇게 보고 배울까 봐. 그래서 다른 곳에서도 "빨간불에 건너도 괜찮아! 우리 동네 어떤 녀석도 그냥 건너는걸!"하고 무단횡단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릴까 봐서,, 내 나름대로 조심하는 것이다.
같은 동네의 어른(일단은) 주민으로서 하는 나름의 생활 속 도덕교육이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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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도덕교육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아이들... 그렇게 바보 아니거든...?
그리고 너한테 그렇게 관심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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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맞는 말이다. 심장에 콕- 박히는 말만 하는 녀석이 주변에 한 명은 꼭 있다.
@ 18살 때 강남역 탐앤탐스에서 알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또띠아 피자나 만들어 먹고 있던 나에게.. "할 일은 해야지 안 그래?"라고 말하며 씨익 웃으며 혼내줬던 누나를.. 도대체 왜 아직도 안 까먹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휴 =)
귀찮아서일까- 몇 개월 동안 일로서도 취미로서도 사진을 찍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은 날이 있다. 필름카메라만을 대충 들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 내가 사는 주변을 천천히 또 자세히 보며 뷰파인더 안에 담아 본다. 이렇게 사진 찍는 자체가 너무 즐거운 날이 있다. 이때 찍은 사진은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어떻게든 다 좋은 느낌이다. 역시 사진은 찍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