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 - 도쿄 사막
Kodak Daylight, kodak 800 / Koto-ku, Tokyo, Japan - Mar
어렸을 적에 아마존에서 살아남기, 사막에서 살아남기 등 OOO에서 살아남기 만화 시리즈를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주말 오전에 엄마가 만들어주는 오므라이스를 기다리며 침대 위에서 읽고 있으면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어찌나 책에 집중을 했는지, 심지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제가 조난당한 기분마저 들었죠. 그리고 주인공의 해피엔딩에 통쾌함을 느끼며 맛있게 오므라이스를.
아무튼 30대가 된 지금도 어딘가에서 조난당해서 살아남아보는 로망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책에서 배운 서바이벌 지식으로 생존을 향해 몸부림치는 로망. 예를 들면,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헤매다가 체력도, 의지도, 꿈도 없어지며 모든 걸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름대로'의 철학적 의문들이 꿰뚫리며 뭔가를 깨닫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심정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오아시스가 바로 눈 앞에. 이상한 로망이죠? 하하.
지금은 아주 아주 복잡한 도시에서 경제적 자유를 향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꼭! 조난당할 수 있는 곳까지 가고 싶네요.
@ 아... 생각해보니 오히려 가진 것 없는 지금 가야 아주 쉽게 조난될 수 있는 것... 음... 쉿 =)
엄청난 스피드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위 장면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멈춰서 찍은 사진이다. 일회용 카메라는 망가질 부담 없이 그냥 가볍게 휙 꺼내서 찍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일정한 크기와 색의 직사각형 패턴 속에서 규칙을 깨 주는 듯한 장난스러운 나무 한 그루. 꼭 단조로운 사막 한가운데 숨어있는 오아시스 같다. 좀 더 사막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파란 하늘도 프레임 안에 채워 넣었다. 나무를 프레임의 정가운데 배치함으로써 시선의 집중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