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shica T4 Safari, Fuji Premium 400 / Ueno Park, Tokyo - Mar
벚꽃 구경을 갔습니다. 나무 그늘도 있고 잔디도 적당한 아주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와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시원한 맥주, 분홍빛 벚꽃 그리고 더 재밌는, 취한 사람 구경하기. 하하.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뭘 많이 먹고 마신 건 아니지만 저희 일행도 버리고 갈 쓰레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나름대로 분리수거를 하고 봉지도 잘 묶어서 이제 쓰레기통에 잘 버리고 가면 깔끔한 벚꽃놀이로 하루 마무리. 그런데 쓰레기통을 찾으.. 을 필요도 없이 멀리서부터 '아 저기구나'가 보였습니다.
"쓰레기가 낮에 왔을 때랑 저녁이랑 이렇게 다르다니 사람이 많기는 많았지만. 쓰레기가 반나절에도 저 정도면 정말 일주일, 한 달, 1년, 10, 30년・・・게다가 전 세계로 생각하면.. 그 양은 어느 정도일까. 아이고 머리야."
"정말이지 걱정된다. 쓰레기로 가득 차서 지구 말고 다른 행성으로 가게 될 것 같아. 아니 가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인간이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소설과 픽사의 Wall-E라는 영화가 있는데 다음부턴 벚꽃 구경 가기 전엔 꼭 보고 오도록 하자."
"그래 그러자. 그리고 다음엔 술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말자."
이런 류의 아주 성실한 학자 같은 대화를 하면서 쓰레기통을 향해서 가고 있는데. 앗- 정말로 '월-E'가 나타났습니다.
인간이 없는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 청소하는 그 로봇, Wall-E입니다. 영화는 2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만약 월-E의 21세기 초기버전이 있다면 바로 이 녀석일까 싶었습니다. 아유 반가워라.
@ 음 역시 낮술로 막걸리를 마시게 되면 재밌는 게 더 잘 보이네요. 하하.
아아 OST 멜로디도 들려왔습니다. 그 있잖아요~
"Out there~ There is a world out of @#$%~ #$%#$% Bernaby~"
인간은 불규칙한 것에서도 익숙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존재이다. 익숙한 것을 만났을 때 우선 반갑다는 감정이 든다. 반갑다는 것은 안심이 된다는 것. 그렇다. 인간은 불안하기 때문에 익숙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먼 옛날부터도 밤하늘에서 그렇게나 별 자리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사람이 순간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느끼는 감정도 이런 반가움의 한 종류가 아닐까. 그리고 사진을 찍는 건 익숙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