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산 뺏기

스토리포토그라피

by 유신 케이

스토리 55 - 비 오는 날 우산 뺏기


Yashica T4 Safari, Fuji C200 / Shibuya, Tokyo, Japan - May


"비 올 때 우산 뺏기 자제해야..."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겠다..."

"…"

경제가 어려울 때면, 신문에 늘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경기가 불황이 되면 은행은 금융업 속성상 현금 확보를 위해 대출해 준 돈을 급하게 거둬들이는데, 이 상황을 비유한 표현이지요. 다 같이 힘든 불경기엔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개인 모두가 대출금 회수의 대상이 됩니다. 이 우산 뺏기에 의해 회수 대상 당사자 또는 연쇄작용에 의한 누군가는 반드시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그렇다고 은행만 너무한 것은 아닙니다. 은행도 결국 기업이고 망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깐요. 그리고 너도나도 힘들 때 은행이 섣불리 우산을 뺏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인간 사회인 이상 상호 신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시 경기가 나아졌을 때,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고객에겐 우산을 더 빌려주기도 합니다. 관계지향형 고객이죠. 즉,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떤 우산을 뺏을지 대상의 가치를 치밀하게 선별한다는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정말 나쁠 시엔 타 은행보다 먼저 발 빠르게 우산을 뺏어야 하니깐요. 대단하죠? 한마디로 은행들은 언제나 눈치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자본주의는 원래 이런 게임 같은 시스템이에요. 어떤 이는 '의자 빼기 게임'이라고도 말합니다. 노래가 나올 동안은 다 같이 신나게 춤을 추지만 곧 노래가 끝나면, 아? 의자가 하나 없어졌다는 것을, 누군가는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면서 그대로 탈락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구보다 먼저 앉아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라도 노래가 끝날 것을 인지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설령, 한 번쯤 탈락했더라도 다시 참가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때,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면 항상 눈뜨고 깨어있어야 하겠지요 =)


@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는데요. 잘 사는 나라는 대체로 '우리 경제는 OO% OO% 다'라고 숫자로 말하고, 누가 봐도 어려운 나라는 대체로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라고 형용사로 말하더군요. 신기하게도 그렇더라고요.



갑작스러운 비에 번화가가 소란스러워졌다. 우산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나뉘며 서로의 길을 오가고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게 혼란인지, 파티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일부러 플래시를 터뜨려 찍었다. 자동카메라의 플래시는 빛이 모자랄 때 팡-하고 빛을 터트리며 숨어있던 것을 비춰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어있던 이야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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