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65 - 너무 긍정적인 인간
너무 긍정적인가...
옛날부터 그랬는데, 사고 회로가 너무 긍정적이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발전이 안 되는 정도이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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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가서 새벽까지 맥주 마시고, 늦잠 자고, 이리저리 뭉그적 대다가 결국은 전체 여행 일정이 꼬여버렸다. 마지막 날까지도 그 여행지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도 못 보고 그냥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보통은 '기왕 여기까지 와서 안 보고 가면 나중에 후회할 텐데!'라고 잠깐 고민이라도 하겠지만..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남겨놓고 가는 것도 좋지~ 그래야 다음에 또 오지~ 대신에 멋진 맥주집을 발견했잖아~"
한 번은 여행 코드가 안 맞았던 일행이 이 말에 폭발한 적이 있다. 음- 지금 생각하니까 이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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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튜브나 기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이용권이나 구독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광고를 무조건 봐야 한다. 한참 보다가도 도중에 광고가 나오면 보통은 빨리 스킵! 하려고 기다린다거나 '아오~~ 귀찮아 답답해!' 하겠지만..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오오~~ 오랜만에 영어 일본어 듣기 연습되고 좋네~ 이야 이런 노래가 있네~"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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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인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물론 슬프지만)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아~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난 다시 여행할 기회를 얻었어! ㅎㅎ 다음 인연은 어떤 사람일까? ㅎㅎ"
이런 가치관을 새로운 연인에게 말하면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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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하철이 사고 구간 때문에 장시간 멈춰있게 되어 버렸다. 다들 지각에 대한 대처를 고민할지라도..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책 읽을 시간 벌었다! 얏호!"
기다리게 되는 사람의 기분을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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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점이 있을 때, 보통은 개선 요청을 한다던가 다른 제품을 쓴다던가 하더라도..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이 정도야 적응하면 금방이지~"
제품을 개선하기보단 사람이 적응을 해버린다. 그래서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되는 류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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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얌체 같은 사람에게 어찌저찌 당해서 돈을 못 받게 되더라도..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음 이 정도면 그나마 빨리 정리됐네~ 어쨌든 공부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큰돈은 아니어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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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해외에서 혼자 사는 게 많이 힘들지 않나요?라는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받더라도..
그 긍정적 사고 회로는 그렇지 않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어차피 우리 모두 같은 지구 행성에 사는걸요~ 그다지 멀지 않아요~"
화성쯤 가야 외로움을 느낄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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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여하튼 간-
어떤 문제던지 대체로 '뭐 어쩔 수 없지~'하는 마인드로 넘어가는데 신기한 건 언젠간 다시 보면 그 문제가 해결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 좋게 말하면 둥글둥글 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한 것일까요 =)
정해진 규칙들이나 모양도 조금씩 잘라서 서로 붙여보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심지어 불규칙적인 것들과도 어울리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면, 그만큼 여유 있는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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