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은채 Nov 03. 2023

너 내 동료가 돼라!(베트남 선원과 친구 되기)

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11월이라는 게 무색하게 요 며칠 날씨가 더웠다.

육상의 날씨에 바다 날씨도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추워지면 올라온다는 아귀가 잡혔다니 그다지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 아닌가 보다 했다.


어부의 일은 단순히 고기를 잡고, 건져 올리는 게 다가 아니다. 밧줄로 매듭 묶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익혀야 하고 그물이 찢어지면 그물을 꿰맬 수 있어야 한다.

여자인 나도 바느질이라면 질색인데 어지간히 꼼꼼히 배우지 않으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만 걸리면 그것도 다행인데, 문제는 교육이라는 게 따로 정해진 게 없고 일단 투입되어 배우는 거라 정신이 없이 금방 지나가는 듯했다. 계속 모른 채로 어설픈 반복만 하면 안 되니까 남편은 집에서도 부지런히 매듭 연습을 한다.


눈썰미깨나 있는 나도 그물 꿰매기는 정말 어려웠다.





어촌 마을에는 외국인 선원들이 많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곳까지 오는 모양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유부남들도 꽤 있는데 그만큼 가장의 책임감이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똑같음을 실감한다.


딱히 또래 동료가 없던 남편은 이웃 배를 타는 베트남 선원과 형, 동생 하게 되었다며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말을 잘하는 그 친구는 베트남에서도 배를 탔었고, 원양어선도 탄 경력이 있는 실력자였다.

참 고맙게도 그 친구가 남편에게 개인교습을 종종 해준다며 꼼꼼하게도 서로 번갈아가며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어느 날은 “형, 수업료!”라며 농담조로 던지는 말에

“수업료 No, No! free!”

라며 장난스레 답했다며, 담에 한 번 밥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베트남 동생은 “마을회관으로 와!”라고 답하더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미우나 고우나 동료들이 있어 그래도 나름 의지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르신들 사이에서 내심 마음 나눌 사람이 없어 아쉬웠던 것 같았다.


그렇게 글로벌하게 동료를 만든 남편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만화 ‘원피스’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남편은 정말 ‘루피’가 되어 동료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바다에도 어세권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