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방황할 동안 너는 무엇을 했냐 물으신다면
'어느 날 공황이 찾아왔다.'라는 문구처럼 거창하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더 이상 산후우울증을 핑계도 못 대는 시절이 지나니 다른 핑계가 생기는 것 같은 기분뿐이었으니까.
이러한 이유로 나 좀 보살펴 달라고 징징대던 반복을 제발 그만하고 싶었을 거다.
무엇에든 핑계를 붙이기 시작하면 평생 그 버릇 못 고치며 살다 죽을 것 같았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렇게 죽고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 짓을 다음 생에 또 반복할 거란 생각을 하면 말이다.
약을 먹고 일주일은 잠만 잤다.
아니, 잠만 재우더라.
두 달은 꼭! 반드시! 먹어야 된다길래 착실하게 먹고 열흘쯤 됐나
슬픈 것도 없고 힘든 것도 못 느끼는데......
기쁜 것도 안 느껴지더라.
그래서 당장 약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고통을 없애. 왜 괴로움을 피해!'
한 일주일은 울고불고하면서도 원래의 하던 일들을 하며 살아봤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억지로 긍정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고 엿 같은 땐 엿 같다고 말하면서 지냈다는 거.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들부터 찾았다.
어느 날은 술 잔뜩 취해 한복모델선발대회를 신청했고
또 어느 날은 남편 손 붙들고 가서 문화센터 강좌 중 듣고 싶었던 것들을 골라 신청하고 왔다.
누가 너더러 불행하라디?
누가 너더러 울고 있으라디?
누가 너보고 아프라디?
너는 좋은 것만 하랬잖아.
너한테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왜 구덩이를 파냐.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내뱉으며 서서히 일어설 준비를 했다.
자책은 결코 하지 않았다.
다만,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다른 사람 한 명이라도 살리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자.
그렇게 지금 삶을 보너스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 손끝으로 옮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