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를 피할 수 없다면 사자를 향해 뛰자.

(감사에서 살아남기)(39)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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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를 피할 수 없다면 사자를 향해 뛰자>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만 깨진다. 계란과 바위의 구도 속에선 제갈공명의 전술도 패배만 있을 뿐이다. 용감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위안한다 한들 깨진 계란이 살아돌아오진 않는다.


바위가 계란을 공격해오면 피해야 한다. 시간적으로 장소적으로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없다면 바위보다 단단한 곳을 찾아야 한다.


휘몰아치는 감사가 있다. 감사관이 바위처럼, 감사공문은 짱돌처럼 날아든다. 방향이 정해진 감사관은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한다고 보여준 자료와 진술이 오히려 피감기관의 패만 노출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일단 피해야 한다. 거기에 맞서 싸워선 안 된다.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어보자. 기관장이나 여론의 관심이 옅어지길 기다려야 한다. 기관장은 바쁜 사람이다. 밀려 들어오는 업무와 새로운 이슈의 한 가운데 있다. 시간이 갈수록 기관장의 관심을 채가는 새로운 이슈가가 나타날 것이고, 그만큼 감사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 여론은 민들레 홀씨 같은 것이다. 어디에 딱 달라붙어 있지 않는다. 후 불면 날아간다. 뉴스는 더 큰 뉴스로 덮이고 덮여진 뉴스는 잊혀진다. 관심이 떠난 이슈에 기사를 쓸 언론사는 없다. 언론이 관심이 없는데 집요하게 파헤칠 국회의원도, 기관장도 마찬가지로 없다.


탈출할 수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감사를 받으며 대의를 증명하려 할 필요는 없다. 감사관들은 대의나 행정목적에는 관심이 없다. 감사보고서에 쓸 문책대상과 비위사실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문책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 이유를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할 뿐이다. 모두 살아남으려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감사대상에서 이탈해 개인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피할 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남겨놓아야 한다. 감사관들은 무언가에 시선이 팔려 당신을 쫓아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시간을 끌 수도, 탈출할 수도 없을 때가 있다. 감사관들의 먹잇감이 당신인 경우다. 휘몰아쳐 당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다. 도마뱀 꼬리가 최선을 다해 꿈틀거려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감사관들은 포기를 모르는 하이에나들처럼 당신만을 쫓아올 것이다.


계란이 바위를 이길 수 없듯, 얼룩말은 결국 하이에나에게 잡힌다. 하이에나가 쫓아 올 수 없는 곳으로 뛰어야 한다. 조금 더 위험하지만 사자의 영역으로 뛰어야 한다. 사자의 영역이 시작되면 하이에나는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면 감사관의 추격을 피해 수사의 영역으로 뛰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


감사의 방향이 명백할 때, 시간을 끌 수 없을 때, 감사결과가 치명적으로 불리할 때 피감기관장은 스스로를 수사의뢰함으로써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개인적인 감사를 받는 경우에도 수사가 개시되도록 하여 자신을 보고할 수도 있겠다.


감사에 비한다면, 수사는 사자의 영역이지만, 훨씬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수사가 진행되면 감사나 징계절차는 통상 정지한다. 비위사건은 조직 내에선 중요한 것이지만, 수사기관이 볼 때는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선 약한 사건이므로 즉각적으로 전 수사역량을 투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절로 시간이 끌어진다. 피의자로 조사받는 사람도 감사보다 훨씬 적으니, 수사대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저절로 처벌대상에 이탈하게 된다.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상 형법에 해당 죄명이 있어야 하고, 입증의 정도가 감사나 징계보다 훨씬 높다. 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도 무혐의나 무죄로 판단된다.


검찰이나 재판에서 무혐의나 무죄를 받았다면 감사나 징계에서 무혐의를 주장하면 된다. 감사나 징계가 형사절차보다 입증의 정도가 낮다고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지 못한다.


성실의무위반으로 감사를 받던 사람이, 직무태만죄, 업무방해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징계처분을 할 수 있겠는가. 법령준수의무위반으로 감사를 받던 사람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징계처분을 할 수 있겠는가. 설령, 혐의가 있다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감사대상 사실이 범죄사실만큼 상당 부분 줄어들었을 것이고 시간이 꽤 흐른 뒤가 될 것이다.


수사 기간만큼 시간이 흘러 기관장이나 여론의 관심이 옅어졌다면 고강도 문책의지도 같이 옅여지지 않았겠는가. 그동안에 인사이동이나 선거로 기관장이나 감사관이 교체되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책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뭐라도 변수를 만들어 내야지 않겠는가. 하이에나에 잡힐 확률이 100퍼센트라면 사자에게 잡힐 10퍼센트에 운명을 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위험한 도박이다. 그렇더라도 도박에도 승자가 있듯, 사자의 영역으로 뛰어들어가 판세를 바꾼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별한 일 - 이규리 -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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