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하라는 말. 그 흔한 말.

(감사에서 살아남기)(40)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101432055



<엄벌하라는 말. 그 흔한 말. >



사건이 발생하면 공보담당자가 나타나 비장한 표정으로 발표한다. '사건조사 TF를 구성하겠다. 법위반자에 대해 엄벌하겠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아끼지 않겠다. 매뉴얼 만들고 수시로 교육하여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


길게 쓰여 있지만, ‘엄벌하겠다.’는 말로 요약되겠다.


‘엄벌하라’ 아주 강력한 공격법이면서 단단한 방어법이다. 사건해결의 틀은 그대로 놓고, 처벌 수위만 높이면 된다. 사건발생에 대한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다. ‘엄벌하라’는 기존의 정책적 결단과 업무운영 방식 같은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선언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이 조사 주체가 되면, 당연하게도 시스템을 사건의 원인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니 ‘엄벌하겠다’는 말은 담당부서는 조사하는 주체일 뿐 조사받는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시스템의 문제는 넓은 개념이다.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나 여건이 있었고, 유혹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도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 시스템의 문제가 사건의 중첩적 원인이 되면, 그런 시스템을 게을리 유지하고 있던 담당부서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엄벌하겠다’는 말로 시스템의 문제는 개인책임으로 전가된다. 담당부서는 개인적 비위가 담당자의 여린 마음과 담당부서의 온정적 처리로 발생한 문제라고 말한다. 문서등록대장을 뒤져 찾아낸 공문을 꺼내보이며 왜 공문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질책한다. 이제라도 일벌백계해서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제3자처럼 선언한다. ‘엄벌하겠다.’


‘엄벌하겠다’는 말은 흑백을 나누는 간명한 말이다. ‘엄벌하겠다.’는 말에 여론은 박수를 치고, 비위자에게 야유를 보낸다. 타켓을 보여주면서 더욱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하면 박수와 야유는 더욱 커진다. 담당부서가 이러한 기묘한 방책을 모를 리 없다.


이제 사건의 원인은 개인적 비위와 업무태만으로 정리되었으므로 책임도 순전히 개인의 책임이다. 위반자는 더 세게 처벌받을까봐 가만히 있을 것이고, 처벌이 강하면 강할수록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권력자는 오히려 권위를 강화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조사는 피조사자에 집중된다. 관례적으로 했던 또는 관례적으로 하지 않았던 일들까지 모두 규정 위반사실로 확인된다. ‘나만 그랬느냐’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관행적 문서처리, 근무태만, 예산사용, 동료와 갈등, 언어폭력, 재산신고, 여러 풍문 등의 비위까지도 조사될 수 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피조사자는 ‘누군가’가 된 것이다. ‘누군가’라는 좌표에 십자포화가 떨어지게 된다. 조사결과는 ‘누가누가 나쁜놈이며, 사사로이 저지른 것이다.’가 될 것이다.


이 기세와 파도에 대항해서는 안 된다. 포탄이 떨어질 땐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된다. 현란한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현란한 논리와 증거는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어떤 쟁점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 다른 비위를 새로 사건화 할 수도 있다. 조사자들의 기세는 후퇴가 허용되지 않는 전진이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사실을 번복하기도 어렵고, 위에 정정보고하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로 가게 되면 스스로가 문책대상이 되는 문제도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다.


일단 바짝 엎드리자. 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자. 기세라는 건 소모되기 마련이다. 여론과 권력자의 관심도 옅어지거나 새로운 관심사로 옮아갈 것이다. 아직 사건조사 중이고, 감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섣불리 주장하지 말고, 충분히 듣고, 자료를 모으고, 진술을 함부로 하지 말자. 필요한 것만 짧게 대답하자. 참고인이니 괜찮다고 어르고 달래도 방심하지 말자. 참고인에서 피조사자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쨌거나 되도록 시간을 끌자.


사건이 일어나면 대책 똑같다. '관련자들을 엄벌하라’다. 그러니 서운해하지도 말고 긴장하지도 말자. 원래 그런 것이다. 누구도 곁에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침착하게 조사와 감사를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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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1XqnH1VZW9E



사랑한다는 말 - 김동률 -


첨으로 사랑한다 말하던 날

살며시 농담처럼 흘리던 말

못 알아들은 걸까

딴청을 피는 걸까

괜히 어색해진 나를 보며 웃던 짓궂은 너


넌지시 나의 맘을 열었던 날

친구의 얘기처럼 돌려한 말

알면서 그런건지

날 놀리려는 건지

정말 멋진 친굴 뒀노라며 샐쭉 토라진 너


사랑한다는 말

내겐 그렇게 쉽지 않은 말

사랑해요 너무 흔해서 하기 싫은 말

하지만 나도 모르게 늘 혼자 있을 땐

항상 내 입에서 맴도는 그 말


사랑한다는 말

내겐 눈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랑해'난 맘으로 하고 싶은 말

나 아끼고 아껴서 너에게만 하고 싶은 그 말


시처럼 읊어볼까

편지로 적어볼까

그냥 너의 얼굴 그려놓고 끝내 못하는 말


사랑한다는 말

내겐 그렇게 쉽지 않은 말

사랑해요 너무 흔해서 하기 싫은 말

하지만 나도 모르게 늘 혼자 있을 땐

항상 내 입에서 맴도는 그 말



사랑한다는 말

내겐 눈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랑해 난 맘으로 하고 싶은 말


언제나 이렇게 너에게 귀기울이면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말

꼭 너에게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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