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는이가 Oct 06. 2020

시골 백수의 발전적인 일?

나무 심기와 씨앗 뿌리기 말고~

작업실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낚아 올리고 있는데 조카가 페이스톡을 걸어왔다.

아침에 뭘 먹었는지 점심에는 뭘 먹는지 저녁에는 뭘 먹을 건지 묻는다.

아침에 파스타 먹었고 점심은 아무것도 안 싸와서 굶을 것 같고 저녁엔 치킨을 해 먹을까 고민 중이라고 성실히 대답했다.


그리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묻는다. 나는 여섯 시에 일어나고 이모부는 여덟 시에 일어난다 했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본인은 열 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이어서 밭 전체 크기와 땅 테두리에 경계가 분명한지. 고양이와 개들의 나이는 어찌 되는지. 고양이가 당근을 먹는지.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동물들이 목욕은 하는지. 각자 결혼은 했는지. 마당에서 캠프파이어할 수 있는지. 집에서 대나무 숲은 얼마나 걸리는지.... 골고루도 묻는다.

겨울방학 때 우리 집에 혼자 장기 투숙하러 온다더니 아마도 이모의 생활패턴에 본인을 끼워 넣어 보는 듯하다. 꼼꼼한 질문에서 샅샅이 알이 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조카는 이모네 놀러 갈 생각에 하루하루 즐겁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모부는 지금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본다. 딱히 뭐라 설명하기 그래서 발전적인 일을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무를 심느냐 씨앗을 심느냐 한다.

뭐 그런 맥락이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무슨 나무이며 씨앗은 배추씨앗이냐고 묻는다.

아니~ 실제로 나무와 씨앗을 심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의미가 비슷한 무엇을 두루두루 한다고 대답했다.


겨울방학이 쳐들어 오기 전까지 이모부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고안해 둬야겠다.



시골에 사는 어떤 백수의 계획을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hFqySk9S8uw


매거진의 이전글 한변덕 씨의 커피 마시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