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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는이가 Mar 03. 2021

몸으로 익히는 ‘쑥대밭’의 어원.

텃밭 농부의 개학식

호미로 군락 한켠을 찍어 들어 올린 뒤,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뿌리를 뽑는다.


 번식력이 왕성한 쑥은 순식간에 무성한 군락을 이루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작물이 자라지 못한다. 지금은 아직 봄을 말하기 이른 시기인데도 어제 보니 이놈들이 벌써 시동을 걸고 있었다. 3월 초에 갓 올라온 어린 쑥을 덖어서 차로 마시면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건데 내 땅에서 만난 쑥은 더 번지기 전에 하루빨리 파내기 바쁘다. 내 밭에는 하루빨리 파내야 할 것이 또 있다.

 

'쑥대' 할 때 '대'가 대나무를 뜻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나무. 지독하기로는 쑥에 지지 않는다. 작년에 대나무 관리에 소홀했더니 벌써 뿌리가 텃밭에 도달했고 진작에 돌담을 관통했다. 대나무 뿌리에서 올라오는 죽순은 고급 식재료인데 내 땅의 대나무 뿌리만 보면 분노의 삽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쑥을 대강 정리하고 나니 대나무 뿌리는 고작 한 덩어리 파내고 나가떨어졌다. 오랜만의 육체노동에 초저녁부터 눈꺼풀이 무겁다.


3월 2일, 오늘은 초등학생인 조카가 개학을 했단다.

봄비 내린 뒤, 텃밭 농부도 개학식을 거하게 치렀다.


개학하고 만난 친구, 오랜만이야~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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