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의 기도
어제 아침, 혀니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던 차량 안.
잠시 말이 없던 혀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 달에도... 네 명이나 떨어졌네."
창문 밖으로 스치는 봄바람은 부드러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순간, 문득
오늘도 모두가 무사히 땅을 딛기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싶어졌다.
기도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면
나는 어디든 달려간다.
생명줄을 내리고,
총, 칼 옆에 차고,
두 손에 침묵을 쥔 채
허공을 딛고 내려선다.
완전군장 20킬로그램,
외줄 위에 목숨을 걸고
나는 걷는다.
오늘의 전투는
어제보다
조금 더 평안하길...
하늘 한 번 올려다본다.
구름 너머로
고요히 기도한다.
"다시 만나면,
안녕
인사할 수 있기를."
우리가 걷는 외줄 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태롭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에서는 로프 작업 중 추락사고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래의 자료는, 지난 10년간 달비계(로프 작업대) 사망 사고 현황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삶을 위해,
또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이었다.
레옹은 오늘,
먼저 허공으로 달려간 이들이
진정한 고향으로
무사히, 따뜻하게 당도했기를
마음 깊이 기도한다.
그리고 여전히 외줄 위를 걷는 이들과 함께,
오늘도 ‘안녕’하며 인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