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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아파요

누수

by 레옹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레옹이 하는 일은 실리콘으로 누수 관련 재보수 일을 합니다


아파트 세대 누수를 전문으로 하는데요

아파트 시설관리에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마도 누수일 겁니다

하지만 내부로 물이 스며들기 전에 누수에 대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지요

레옹의 경우엔 집 내부로 물이 비치지 않는데 공사 의뢰를 받은 경우는 10% 미만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3년 전 시공을 한 사례인데 창틀로 누수가 시작되어 철근을 타고 스며든 물이 철근을 부식시키고 결국은 외벽 콘크리트를 이탈시키는 경우에까지 다다른 경우입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저렇게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자주 마주하는데요

저런 경우 그 덩어리를 제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로 떨어질 테고, 추락하는 것은 어디로 낙하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노후된 건물을 지날 땐 긴장해야 할 판입니다


외벽에 매달려 건축물을 수리하다 보면 진짜 지진이라도 난다면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질 아파트도 더러 만납니다

눈에 띄는 곳은 임시방편(낙하위험이 있는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외벽에 크랙실란트로 조치)으로 해결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데요

어떤 외벽은 눈에 띄게 크렉이 보이지 않지만 쇠헤라로 끊어보면 모래처럼 깎여 나가는 외벽도 더러 만납니다

건축 기술사가 아니기에 콘크리트 강도나 시공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분명 신축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레옹은 작업에 관련하여 건축물의 심각성을 꼭 관리사무소에 사진을 첨부하여 알려줍니다

근데 알려주지 않는 작업자가 더 많을 겁니다

레옹도 예전에 악덕업자 밑에서 일을 할 땐 시공품질은 고사하고 창틀 외 눈에 띄는 문제점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았습니

하청 작업의 경우 시간이 돈이라는 개념이 앞서기에 의뢰인의 원하는 고품질시공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파트 누수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창틀주위 실리콘이 노후화되면서 창틀 주변으로 생기는 누수인데요

그 외에 옥상층의 누수(옥상 방수 노후), 위층 배관이 터져서 생기는 누수 정도일 겁니다

건물 가장자리 세대를 보면 간혹 벽체가 젖어서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이런 경우엔 외벽 부분공사를 진행)

창틀주위는 그야말로 물이 스며들기 좋은 여건을 가진 입니다

창틀 아래 실리콘 균열로 물이 스며들고 곰팡이가 생기고 이끼가 자리잡기도 하지요

제가 보아온 가장 심한곳은 엄지손가락만한 나무가 1m가 넘게 자란곳도 있었답니다

그 뿌리가 얼마나 깊게 들어가 자리 잡았던지 결국 뿌리는 제거하지 못 했던적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신축시 사실 좋은 단가로 일하는 기술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평균에 못 미치는 단가로 일을 하니 고품질 시공이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될 수밖에 없고요

레옹도 아파트 신축일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짧은 시간 경험 삼아했다고 스스로를 위안 삼았습니

일 자체를 꼼꼼히 할 수 없습니

전쟁터를 방불케 정말 전투적으로 일 합니다(시간에 쫓기듯)

왜냐고요?

일의 양(마지노선)이 정해져 있거든요


내 집이 아파 신음하지만 우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을뿐이지요

가끔 집 바깥도 살펴보시고 상처를 보듬어 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 집은 소중하니까요


위 글은 건축물 준공 20년 전후의 아파트를 사례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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