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문장이, 한 생명을 안았다
『가난한 너를 위하여 2 / 07화』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멈춰 선 듯 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서른 살의 취준생은 대학 졸업 후 6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올해도 2차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으려던 한 청년이
달리는 차량들 사이로 몸을 던지려 했을 때,
그 눈물을 가려주려 했을까요? 갑작스레 폭우가 내립니다.
비를 피해 달려간 곳은 도로가 아닌, 낯선 서점.
그곳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납니다.
그리고 '다시'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져, 소리 내어 울어버립니다.
서점 사장님이 다가와 휴지를 건네며
"선물할게요. 그 책이 주인을 만난 것 같네요."
값을 치르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지만, 휴대전화도 지갑도 없이 나온 그였습니다.
서점 사장님은 인자한 웃음과 함께,
"고맙다는 말은 작가님에게 해주세요."
그 이야기의 결말이 놀라웠습니다.
'다시'라는 단어에 울음을 터뜨렸던 그 청년은 그 책의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고
작가님은 그 사연에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산다. 빛이 되어준다"라고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저는 그 편지를 읽었을 작가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물었습니다.
"내 글도, 내 노래도 누군가의 '다시'가 될 수 있을까?"
그 순간, 한 줄의 노랫말이 떠올랐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
이 노래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그런 이야기를 품고 글을 써 내려간 작가님께 바치는
한 곡의 편지입니다.
아래 링크는 [성냥팔이소년] 작가님의 소설 [춘광사설] 편입니다.
https://brunch.co.kr/@andy37927/40
– 다시, 쓰는 이유를 품은 사람
성냥팔이 소년이라는 필명은,
마지막 순간에도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조용히 꿈을 꾼
《플란다스의 개》 속 소년 네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형편 때문에 예술가의 길을 접어야 했던 작가님의 젊은 날이
그 소년과 겹쳐졌고,
“얼어 죽은 소녀의 타오른 기적처럼”
네로가 마지막 꿈속에서만이라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필명을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오랫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고,
지금은 글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계십니다.
그 연재가 바로 『가난한 너를 위하여』입니다.
〈춘광사설〉 편은
“오랜 취업 준비로 시들어가던 제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쓸 수 있었던 이야기라고 작가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너를 위하여]의 반복되는 메시지는 '다시'입니다.
1부의 마지막 글, 멀미(가난한 너를 위하여 1)에서도
사내는 '다시' 역을 향해 갑니다.
오늘 레옹의 노래 속 주인공 역시 '다시'라는
글을 읽고 용기를 얻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나이밖에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벌써부터 미래를 후회하고 있을 그대여. 아닙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걱정 말고 다시 시작하세요.
生은 그 자체로 기회랍니다"라고
[가난한 너를 위하여 2 / 9화 : 삶, 사람, 사랑]에 나오는 문장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가 실린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추천하고픈 문장으로 꼽아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여쭤봤습니다.
“글쓰기는 지옥 같던 시절엔 도피처였고,
불가능한 꿈을 실현하던 가상의 세계였습니다.
지금은 소통의 수단입니다.
외부와 단절되었던 시기에도
글쓰기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투병(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중이시라고
소식을 전하신 '성냥팔이 소년'작가님의 빠른 쾌유를 기도합니다.
♥︎'다시'라는 한 단어가 살린 청년의 노래 들어보실까요?♥︎
https://youtu.be/rQNHwMVwiRE?si=KlUxI-4YQ1Q9PqEZ
다시, 봄 / 레옹
도서관 구석, 익숙한 자리
여섯 해를 버텨왔지
교사가 되고 싶다는 그 꿈 하나로
세상과 나를 걸어 잠갔어
올해도 결국, 떨어졌다는 말
화면 속 글자가 날 찔렀고
숨도 못 쉬겠는 절망에
차가운 도로를 향해 걸었어
그날따라 비가 쏟아졌고
내 얼굴에 내 마음에
무심한 하늘이
울고 있는 날 감췄던 걸까
우산도 없이 뛰던 발걸음이 멈춘 곳,
낯선 작은 서점
그날 너는 무심코 책 한 권을 골랐지
펼쳐진 그 페이지에 적힌 제목 '다시'
그 한 글자에 무너져 목 놓아 울던 너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본
누군가의 촉촉한 눈빛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사라지지 말아 줘
이 노래가 닿을 수 있다면
그때의 너에게, 지금의 너에게
책방 안, 조용한 공기
누군가의 이야기 속 한 줄에
내가 있었어 '괜찮아, 괜찮아'
그 말이 나를 끌어안았고
누군가 내 어깨를 다독였어
“이 책은 선물이에요 그 책의 주인을 만난 것 같네요”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지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도 건네고 싶었거든
사랑은 때때로 글이 되고 말이 되고,
노래가 되지
그날의 폭우도 그 서점도
그 무심한 한 권의 책도
사실은 너를 살리기 위한
운명이었는지도 몰라
너의 눈물은 사라지지 않아
빛이 되어 너를 감싸
이 노래가 닿을 수 있다면
살아 있는 모든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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