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감있는 그녀 3시간전

봐야지 알죠.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아들과의 수다(6)



엄마: 축구 양말 살 건데, 무슨 색깔 살래?

아들: 봐야지 알죠.




아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엄마: (설거지를 하면서)어. 듣고 있어. 말해.

아들: 엄마? 봐야지 알죠?



7살 아들이 하는 말 중에서 저는 "봐야지 알죠"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아들이 이 말을 하면 웃겨요.

아들 특유의 발음과 억양 때문인 건지, 저 "봐야지 알죠"를 상황에 맞게 딱딱 잘 사용해서 그런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물어보면 저 말을 꼭 합니다. 엄마가 바빠서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또 저 말을 합니다. 맞는 말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엄마: 그래. 봐야지 알지. 이리 와봐. 같이 색깔 보자. 


아들은 신중하게 양말 색깔을 보더니 파란색을 골랐습니다.


엄마: 어어. 그래. 봐야지 알지. 뭐? 뭔데?


하던 일을 멈추고 아들을 보니 아들의 손에 들린 그림이 보였습니다.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칭찬을 받고 싶었나 봅니다. 전보다 그림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그리느라 애썼다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제야 뒤돌아 가는 아들입니다.


같이 고르고, 같이 눈 맞추고 이야기 나누고 아들과의 시간이 쌓여갑니다.

봐야지 알죠. 

아들의 이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네요.


이전 10화 입술은 2개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