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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Nov 14. 2024

입술은 2개잖아요.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아들과의 수다(5)



엄마: 아들아, 얼굴에 다 2개인데, 딱 1 개인게 있어. 뭘까?

아들: 음... 입이요.

엄마: 왜 입이 하나인지 알아?

아들: 왜요?

엄마: 다른 건 2개라서 잘 보고, 들으라는 뜻인데 입이 1 개인건 조심해서 신중히 말하라는 의미래.

아들: 아... 근데 입술은 2개잖아요.





잠자리 대화를 하다가 괜히 멋진 말을 하고 싶었던 저는 왜 입이 1개인지에 대해서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입술은 2개라고 저에게 반문을 던집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들을 때면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기만 했지, 아들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 어... 진짜 그러네. 입술은 2개네... 윗입술 아랫입술.

아들: 그리고 엄마! 안에 이빨도 엄청 많아요.



생각지도 못한 아들과의 대화였습니다. 입을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입을 구성하고 있는 입술이 2개였어요. 그리고 입 안에 있는 이빨은 너무나도 많죠. 아들 말이 틀린 게 없더라고요.


저는 귀가 얇다고 할 수 없지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대로 잘 받아들이는 편이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멋지다... 하면서요. 이게 귀가 얇은 거일 수도 있겠네요.


무분별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잘 판단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죠. 잘 받아들이고 감동까지 받는 저의 태도가 나쁘건 아니지만, 세상 이야기를 다른 각도로 살펴보는 아들 같은 태도가 요즘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구멍으로 하면 한 개가 맞다는 생각이 스쳐가네요.

콧구멍 2개, 눈구멍 2개, 귓구멍 2개, 입구멍 1개.

아들과 대화할 때는 이 생각을 못했어요. 아들의 논리에 압도당해서 말이죠.


아들의 논리를 듣고 저는 또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만 했습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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