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뜬금없이 고향 이야기를 꺼내는 아들입니다. 고향이라.. 고향을 떠나온 지 7년 차가 되었네요. 세종 생활에 익숙해져서 고향 생각을 안 했었는데, 요즘에는 한 권의 책으로 자주 생각이 납니다.
제 고향은 광주입니다.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도시입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제 고향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책 구절마다 실제 장소와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도청이라는 글자만 봐도 도청이 눈에 그려집니다. 시내에 있는 은행나무와 군인들이 광주 시민을 향해 총을 쏜 건물도 vr처럼 상상이 됩니다. 군인에게 곤봉으로 맞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피가 나고 멍이 들어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어 있는 청년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관과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유족들. 제가 배웠던 그날의 기억들입니다.
저는 광주 사람들이 5.18을 잊지 않기 위해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때의 광주 사람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자비하고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5.18을 광주 사람이라도 기억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 사명감 같은 게 있습니다.
내 이웃이 내 가족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 황당스러운 상황을... 아무도 믿지 못할 것 같은 이 상황을... 광주는 기억하고 되새겨야 했습니다.
잊히면 안 되니까요.
얼마나 울면서 봤는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책을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차오릅니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립니다. 소설이라고 쓰여 있지만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일이었고, 제 부모님의 일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그 상황을 직접 겪은 산 증인입니다. 책에 쓰인 주인공들처럼 깊숙이 관여하지 못했어도 모두 다 그 일을 겪었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허구가 아닙니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안타깝다는 말로는 부족한 광주 사람들의 처절한 날들이었습니다.
5.18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관심 있게 바라볼 것입니다.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고향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