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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Nov 05. 2024

내가 좋은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잘 모르겠어.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딸과의 수다(4)



딸: 엄마, 내가 좋은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잘 모르겠어.

엄마: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딸: 그냥... 오늘 과목 반장을 뽑았는데 또 안 됐어.

엄마: 다음에 도전하면 되지.

딸: 벌써 3번째 떨어진 거야.

엄마: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딸 반은 과목 반장, 인사 반장, 급식 반장 등 학급에 필요한 역할을 투표로 뽑고 있습니다. 딸은 여러 번 도전한 인사 반장과 수학 반장에 계속 떨어졌나 봐요.


친구들 투표로 뽑는 거라 조금 생각이 많아졌나 봅니다. 자신이 괜찮은 아이인지 말이죠. 1학기에 학급 회장이었던 딸은 '나 정도면 괜찮은 친구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2학기에 이렇게 자꾸 떨어지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만 합니다.





엄마: 음... 우리 딸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 어떻게 항상 좋은 사람으로 사니. 그냥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다 하고 사는 거지.

딸: 엄마도 그래?

엄마: 그럼. 엄마도 내 자신이 별로일 때가 있고 멋져 보일 때가 있고 왔다 갔다 해.

딸: 그래도 계속 떨어져서 속상해. 내 친구는 한 번에 됐는데, 나는 3번 도전했는데도 떨어졌잖아.

엄마: 다 도전했는데 떨어진 거야?

딸: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거 2개만 도전했어.

엄마: 뭐야! 다 도전도 안 했네. 골라했네.

딸: 하고 싶은 게 돼야 기분이 좋잖아.

엄마: 언젠가 되겠지.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나.



딸의 고민에 너무 대충 대답한 걸까요? 아이를 위해 더 현명하게 대답해줘야 하는데 저게 제 최선이었어요.


그냥 나 정도면 괜찮지 하며 사는 것.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아야지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진다는 것.


지금 저의 생각 수준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아이를 조금 무던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큰 일처럼 여기면 아이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까요. 예전에 남편 직장 선배가 해준 조언이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아이를 무던하게 키워라. 든든하게 서 있는 소나무처럼 기르면 좋아."


아이가 겪은 이 상황은 앞으로도 충분히 다시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위로와 공감도 좋지만, 아이가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어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유연하게 넘기는 태도가 아이에게 길러지면 좋겠습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딸 모습을 보며 곧 사춘기가 오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주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겠지요. 고민하며 자책하기보다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으면 해요. 저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지혜로운 답변을 해주는 엄마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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