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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29. 2024

혼난 거 아니야. 가르쳐 주신 거야.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딸과의 수다(3)



엄마: 괜찮아?

딸: 뭐가?

엄마: 저번 주에 빠져서 그런가? 오늘은 많이 혼나던데.

딸: 혼난 거 아니야. 가르쳐 주신 거야.





딸은 일주일에 한 번 승마를 배웁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승마 수업을 받고 있어요.


운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대부분 엄격한 편이에요. 운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승마 선생님은 나이가 있으신 남자 선생님입니다. 야외공간에서 말을 타고 있는 아이에게 말해야 하니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하십니다. 툭툭 던지는 말투를 가지셨고요. 감정이 격해져서 이야기하실 때면 혼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딸은 지난주에 여행으로 인해 수업을 빠졌습니다. 새로 나간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이번 수업에서는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죠. 승마 선생님께서는 안 되는 딸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목소리가 커지셨습니다. 옆에서 듣는데 딸의 마음이 조금 걱정되었어요. 제가 다 혼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수업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괜찮냐며 아이 마음을 달래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딸의 말은 제 예상과 달랐어요.



"혼난 거 아니야. 가르쳐 주신 거야."



요즘 친구들은 조금만 뭐라 해도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기가 죽습니다. 우는 아이들도 있어요. 저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정색하며 지적하거나 혼내면 울어버리니까요. 잘못한 일에 대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데, 부드러운 말투와 정제된 표현으로 지도를 하게 됩니다. 과연 내 말의 핵심을 알아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딸은 선생님의 표현 방법보다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더군요.


" 내가 수업에 빠져서 어쩔 수 없지. 수업 빠진 것도 잘못이니까."


그래요. 딸 말이 100 퍼센트 맞아요.

수업을 어쩔 수 없이 빠졌지만 잘한 건 아니지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똑같은 진도로 나가는 거니까요.


아이의 강한 멘탈에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안심되었죠. 어떤 선생님을 만나도 배울  있겠구나 싶어서요.


항상 친절한 어른만 만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고요. 아이가 나갈 세상은 불친절하고 때로는 불공평하기까지 합니다. 불친절한 어른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찾아 배우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딸의 태도를 보며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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