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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24. 2024

엄마 배속에 들어가고 싶어서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아들과의 수다(2)



아들: (통통통 엄마의 배를 두드린다.)

엄마: 왜 자꾸 만져~~!!

아들: 엄마 배속에 들어가고 싶어서.

엄마: 엄마 배속에 왜 들어가고 싶은데?

아들: 사랑하니까?!




임신과 출산을 겪은 40대 엄마의 배는 말랑말랑하면서도 통통통 소리가 납니다. 7살이 된 아들이 만지면 민망하고 좀 그래요. 컸잖아요. 이제 안 만졌으면 좋겠어요.


왜 자꾸 만지냐고 타박주니 배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엄마가 좋아할 만한 소리로 멘트를 날립니다.


사랑하면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 줄래? 아드님?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좋아할 줄 알았니?


사실...

아들이 "사랑하니까"라고 이야기했을 때 배시시 웃고 말았답니다.


엄마가 되고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해 주는 내 편이 생겼다는 거예요.


저는 부모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라 않았습니다. 그 시대 부모님이 그러셨듯 일하느라 바쁘셨고, 잘 먹이고 입히면 다인줄 아셨어요. 아빠는 자주 집에 계시지 않았고, 엄마도 부족한 살림을 채우느라 아르바이트를 계속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온전한 사랑, 나를 지지해 주는 내편 같은 사랑을 느끼지 못했어요. 저와 남동생을 건사하느라 고생했던 그 시간 자체가 부모님의 사랑인걸 압니다. 하지만 정서적 결핍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저의 결핍을 아이들이 채워줍니다.

엄마가 배 나와도, 엄마가 뭐라 해도, 엄마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세상 제일 대단한 사람처럼 대해주니까요. 아이들에게는 오직 한 명뿐인 엄마가 된다는 건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마음이 충만해지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크는 게 아쉬워요.

내 아이가 가슴을 비벼도 괜찮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배만 만져도 "왜 이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컸으니까요.  


고단했지만 행복했던 엄마의 시절은 끝나가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외로워질 사춘기 자녀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 벌써부터 서글퍼집니다.

나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저를 멀리한다는 생각만으로요.

하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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