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응. 우린 비슷한 데 좀 달라. 나는 활발하고 의견을 잘 내고, 00 이는 잘 들어주고 맞춰줘.
엄마: 4학년 때 OO이랑 같은 반 못 될 텐데...
딸: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딸이 컸습니다. 친구가 인생의 전부가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나 봐요. 3학년 때 친한 친구가 생겨 주말에 놀기도 하고 아침에 만나 같이 학교에 가더군요. 둘이서 팔짱 끼고 용돈으로 간식을 사 먹고, 학원도 같이 다닙니다. 아이의 세계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 점점 넓어졌습니다.
딸 생일에 만난 딸의 베프는 차분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활발한 제 딸 의견을 잘 수용해 주고 맞춰주는 배려심 많은 아이였어요. 딸은 좋은 친구를 만나 행복한 3학년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너무 안심되고 감사했죠. 부모는 아이 교우 관계를 걱정할 때가 많잖아요.
내년에는 같은 반이 되지 못할 것 같아 제가 다 아쉽더라고요. 보통 둘이서 너무 잘 지내면 다음 해에 같은 반이 잘 안 되더군요. 4학년 때는 친구와 떨어질 것 같다고 하니 딸이 말합니다.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가끔 딸이 말하는 걸 보면 도를 깨우친 도사님이 몸에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초치는 소리하냐며 뭐라 할 만도 한데, "그럴 때도 있는 거지"라고 삶을 달관한듯한 저 멘트는 뭐죠?
맞아요.
우리 인생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도 있는 거지 하며 그 시간을 버티다 보면 좋은 시절이 옵니다. 좋은 시절이라고 나태하거나 자만하면 또 안 좋은 시기가 다가옵니다.
저는 마흔이 돼서야 겨우 깨친 걸 딸은 10살에 깨우쳤습니다.
딸과 이 대화를 하면서 저는 아이들의 말을 기록하고 싶어 졌어요. 아이의 멋진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두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