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감있는 그녀 Oct 31. 2024

엄마 이마에 니은자가 있어.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아들과의 수다(3)


아들: 엄마? 엄마?

엄마: (핸드폰으로 뭘 하느라 부르는지도 모르고 있다.)

아들: 엄마, 엄마! 엄마 얼굴에 한글이 있어.

엄마: 뭐라고?

아들: 엄마 이마에 니은자가 있어. 쌍니은.





저는 집중할 때면 미간에 주름이 잡힙니다. 화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청 심각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집중하면 옆에서 여러 번 불러도 듣지 못합니다.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로 들리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들이 여러 번 부릅니다. 집중하느라 아들이 부르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아들이 제 얼굴에 한글이 있다며 이마를 펴줍니다.



이마에 니은자?

아! 미간에 깊게 잡힌 제 주름이 ㄴ처럼 보였나 봅니다.

아들의 표현력에 웃음이 나왔어요. 양쪽 눈썹에 하나씩 쌍니은이라고 하는데 웃겼습니다.

"쌍니은은 없단다. 아들아."



깨알 가르침을 준 뒤에 제 얼굴을 거울로 보았어요. 미간에 힘을 줘봅니다. 주름이 깊게 잡힙니다. 세상 화나보이는 표정입니다. 미간에 인상 쓰는 습관을 없애고 싶은데, 잘 되지 않네요. 이 니은자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잡혀 있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내 얼굴에서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고 하잖아요. 많이 웃었던 사람 얼굴과 인상을 많이 쓴 사람 얼굴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보톡스 같은 시술로 주름은 펼 수 있어도 인상 자체를 좋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내 얼굴에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 고운 주름살과 좋은 인상을 갖고 싶은데, 이 니은자 때문에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 주름을 펴주는 아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전 05화 혼난 거 아니야. 가르쳐 주신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